연말까지 요소수 판매처가 주유소로 한정된다. 또 요소수 최대 구매 물량은 승용차 1대당 한 번에 10리터(L)로, 화물·승합차, 건설기계, 농기계 등은 30L로 각각 제한된다. 구매된 차량용 요소수의 경우엔 중고 거래 인터넷 사이트인 당근마켓 등을 통한 재판매도 금지된다. 아울러 요소와 요소수를 생산하거나 수입, 판매하는 기업은 모두 일일 실적 관련 정보를 다음날 정오까지 신고해야 한다. 다만 현장에선 구매자 기록이 미미한 데다, 판매 가격 제한도 없다 보니 당장 실질적인 가격 안정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반응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11일 이런 내용의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제정하고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만료시점은 다음 달 31일까지다. 유통 거점을 주유소로 한정시킨 건 요소수 사재기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주유소에선 신분증, 차량등록증, 차대번호, 차량별 촉매제 보유량 등을 확인 후 요소수를 판매해야 하고, 요소수를 80% 이상 보유한 차량엔 추가 판매할 수 없다. 단, 판매업자가 판매처를 거치지 않고 건설현장이라든가 대형운수업체 등과 직접 공급계약을 맺는 경우는 예외로 둔다.
정부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전량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요소의 수입 현황을 파악하고, 수입된 요소가 바로 유통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요소를 수입해서 판매하는 기업은 당일 수입·사용·판매량 및 재고량 등을 매일 다음날 정오까지 신고해야 하고 향후 두 달간의 예상 수입량도 신고의무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신고의무는 요소수 생산이나 수입, 판매업자에게도 동일하게 주어진다.
긴급수급조정조치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도 나왔다. 정부에 따르면 이번 긴급수급조정조치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다만 긴급수급조정조치의 내용을 모르고 위반할 수 있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요소수 수입·생산·판매 사업자들에게 공문이나 현장점검 등을 통해 세부적인 안내도 병행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확보된 물량을 감안할 때 연말까지 요소수 수급엔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지금 계속 사용 전 검사에 대한 신청 건이 늘고 있고, 어제 기준으로 1만 톤 정도가 이미 검사가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며 “제3국에서 들어오는 물량도 12월 말까지 약 1만5,000톤 정도로, 국내에서 적발한 비축분 요소 물량을 감안했을 때 요소수 약 9,000톤 가량이 추가 확보돼 전체적인 물량이 잘 수급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해외 직접구매 등 실수요자의 구매는 일단 막지 않겠단 방침이다. 개인이 직접 국제기준을 충족시킨 유럽의 애드블루나 미국의 API 제품에 대해선 별도 검사 없이 반입도 허용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해외직구의 경우, 요소수를 판매하거나 생산하는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별다른 조치를 할 생각이 없다”며 “다만 본인의 차량에 품질기준에 적합한 것을 넣어야만 정상가동이 되기 때문에, 국민들이 유의해야 하고 우리도 홍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근마켓 등 온라인 중고 거래를 통해선 선의로 나누는 건 허용하지만, 개인 간 판매하는 건 단속하겠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내놨지만, 시행 첫날 현장에선 ‘어떻게 팔고 사야 하는지’에 대한 불충분한 정보로 혼선도 빚어졌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필동의 한 주유소 직원은 “무슨 얘기인지 금시초문”이라고 했고, 인근 또 다른 주유소에선 요소수 ‘애드블루’ 10L짜리 한 상자가 7만 원에 판매되고 있었지만 “판매 기준 같은 건 들은 게 없다”고 했다. 주유소를 찾은 한 디젤 승합차 운전자는 “유류세 인하 적용 시기와 겹쳐 심리적으로 부담을 크게 덜었다”면서도 “아직 어디서 어떻게 사야 할지 모르겠고, 가격도 여전히 높아 당장 주입하기엔 부담”이라고 전했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아직 협회에 자세한 규정이나 지침이 공유된 건 없다”며 “(정부 방침을) 어떻게 이행할지 내부적으로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주유업계 관계자는 “판매처인 주유소들도 정부 발표에 앞서 판매 원칙을 고지 받지 못했고, 구매자를 일일이 기록할 시스템도 없는 실정”이라며 “업체들의 판매 가격 상한을 두지 않아 요소수 수급난과 가격안정 효과가 언제쯤 나타날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일단 요소수 수급이 어느 정도 이뤄진 뒤 시장 안정 효과를 살피면서 다음 단계를 고민하겠단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구매자를 기록할 수 있는 전산망 구축을 고민 중이지만,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닌 데다 (요소수 판매만을 위해)구축하는 게 되레 행정력 낭비일 수 있단 우려도 있다”며 “전국 주유소에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어떻게 하면 빨리 알릴 수 있을지 내부적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