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횡무진' 대검 감찰부

입력
2021.11.11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공수처가 ‘판사사찰’ 문건을 작성한 혐의로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추가 입건했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중요 사건 재판부 정보를 모아 작성했던 문건은 나중에 추미애-윤석열 충돌로 비화했다. 당시 추 장관은 사찰문건이라며 감찰을 지시했고 대검 감찰부는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감찰을 넘어 직접 수사에 나섰다. 대검 감찰부가 직속 상관인 검찰총장을 겨냥한 이례적 사건은 끝내 총장 징계 및 장관 사퇴의 파국으로 이어졌다.

□ 과거 검사 비위 사건 등에 잠깐씩 등장했던 대검 감찰부가 한동수 부장 체제에서 종횡무진 활약상을 펼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을 파고들었다. 법무부와 합동으로 한 전 총리 수사팀을 감찰하면서 수사 검사 2명에 대한 징계를 추진했지만 외부 위원이 포함된 감찰위원회에서 제지를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명숙 수사팀의 부적절한 수사 관행이 확인됐다”는 박범계 장관의 결과 발표로 대대적 감찰은 마무리됐다.

□ 최근에는 전ㆍ현직 대검 대변인들이 사용하던 공용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윤 후보 장모 사건과 관련, 대응 문건을 대검 대변인을 통해 언론에 제공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겠다는 명목으로 영장도 없이 휴대전화를 압수하자 권순정 전 대변인은 강력 반발했다. 디지털포렌식 결과는 공수처로 넘어가 ‘하청감찰’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제의 전화는 대변인들이 취재진과 소통하던 도구여서 언론 검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 조국 사태가 터지자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감찰권을 대폭 강화하면서 한동수 감찰부장을 등판시켰다. 하지만 한 부장 임명 당시 법조계 주변에서는 조국 수사를 밀어붙이는 윤석열 견제용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검찰을 견제하려다 법무검찰 관계가 파탄 날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했다. 우려한 대로 대충돌 끝에 검찰총장을 밀어내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밀려난 검찰총장이 야당 대선 후보로 부활하면서 청와대는 착잡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김정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