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늘이 벗겨져 맨살이 드러난 몸뚱이가 온통 벌건 상처투성이입니다. 거센 강물을 거슬러 목적지에 다다른 연어는 이렇게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마지막 사투를 벌이는 중입니다. 오직 '번식'을 위한 힘겨운 여정의 막바지, 주변엔 이미 임무를 다한 연어들의 사체가 둥둥 떠다닙니다. 사람들은 연어의 회귀를 자연의 '신기한 이벤트' 정도로 여기곤 하지만, 그 현장은 너무도 처절합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8일 강원 양양군 남대천을 찾았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연어 떼의 '모천회귀' 행렬이 이어지는 곳이죠. 3년 전 무게 0.5~1g, 길이 5㎝에 불과한 몸으로 방류된 연어 치어들은 동해를 거쳐 일본 홋카이도와 쿠릴열도, 베링해를 지나 알래스카까지 진출하며 길이 70㎝, 몸무게 5~6㎏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고는, 1만㎞ 이상을 헤엄쳐 고향 남대천에 돌아왔습니다. 사력을 다해 강물을 거슬러 오른 연어들은 적합한 장소를 찾아 산란과 수정을 한 뒤 그 자리에서 일생을 마칩니다.
요즘 남대천의 평균 수심은 40㎝ 이내로 얕은 편이지만, 물살이 세고 성인 허벅지까지 빠지는 '함정'이 곳곳에 있어 어업용 '가슴장화'를 신어야만 마음 놓고 연어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방수 장치를 부착한 카메라를 강물 속에 넣어 보니, 연어들은 하나같이 군데군데 찢기거나 심한 상처를 입은 채 물살을 헤쳐 오르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눈물겨운 사투에 비해 새 생명이 생존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최종국 한국수산자원공단 동해생명자원센터 연구원에 따르면 연어가 남대천 등 자연에서 산란할 경우 생존율은 20% 내외에 불과합니다. 최 연구원은 "그러나 인공으로 부화시키면 생존율이 80∼90% 정도로 높아진다"며 "남대천을 비롯해 강원 동해안 하천 4곳에서 연어 6,000마리 이상을 포획해 인공수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남대천에선 상류로 향하는 연어의 행렬과는 반대로, 강물을 따라 떠내려 가는 연어의 사체도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떠다니던 연어 사체들은 자연분해되거나 어린 물고기, 철새 등의 먹이가 된다고 합니다. 강물을 거슬러 고향으로 돌아오는 데 그치지 않고 진정한 '자연'으로 회귀하는 연어의 일생, 자연의 섭리가 경이롭습니다.
일반인의 연어 포획은 양양 남대천을 포함한 동해안 하천에서 11월 말까지 금지됩니다.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