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이준석·중진들, 선대위 구성 '동상삼몽'... 윤석열의 '깐부' 선택은

입력
2021.11.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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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속마음은 '불편한 관계' 중진들 OUT? 
이준석 속마음은 2030 끌어안기 지분 강조? 
중진들 속마음은 당내 권력·지방선거 공천권?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낙점된 뒤 당내 ‘보수 주도권’ 싸움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 당면 과제인 선거대책위원회 조직 구성부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 대표, 중진 의원들이 저마다 딴맘을 품은 기류가 뚜렷하다. 내년엔 대선(3월)뿐 아니라 지방선거(6월)도 열린다. 공천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에 따라 당의 역학구도가 확 달라지게 돼 모두가 물러설 수 없는 형국이다. 꼬인 실타래를 풀기엔 윤 후보의 정치 경력이 너무 짧은 것도 문제다.

김종인 머릿속 들여다보니...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은 앞서 5일 윤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곧 꾸려질 선대위 면면에 대한 견해를 전했다. 핵심은 ‘중도 확장’을 기치로 기존 경선 캠프를 전면 쇄신해야 한다는 것. 그가 캠프 총괄 선대위원장을 맡을 경우 선대본부장으로 점찍은 인사들의 이름도 여럿 거론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전 의원, 김용태ㆍ정태근 전 의원 등 주로 친이계 출신 쇄신파 인사들이다. 부친 부동산 문제로 의원직을 사퇴한 윤희숙 전 의원이나 더불어민주당 쇄신파였던 금태섭 전 의원의 합류도 점쳐진다.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이 “파리떼”라 칭했던 중진 의원들을 선대위 중요 직책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소신이 확고하다. 명목은 중도층 구애에 있지만, 그가 과거 당을 이끌 때 사사건건 개혁안에 반대했던 일부 중진들에 대한 불신이 깊다고 한다.

金과 닮은 듯 다른 이준석

이 대표의 생각은 김 전 위원장과 닮은 듯 다르다. 본선에서 중도 확장을 목표로 삼은 건 같다. 다만 대선 ‘캐스팅 보터’로 떠오른 2030세대 표심을 잡으려면 실무진 중심의 ‘경량형’ 선대위가 적합하다고 본다. 윤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대거 영입한 전ㆍ현직 의원들의 잦은 말 실수나 캠프 내부의 알력 다툼을 목격한 탓이다. 이 대표 측은 “대선 캠프에 힘이 센 사람들이 많을수록 윤 후보를 향한 젊은 유권자들의 거부감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2030세대 끌어안기에 방점을 찍은 건 대선 국면에서 당 대표로서의 존재감을 잃지 않고 싶어서다. 대선 기여도에 따라 이 대표의 정치적 미래도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임명한 한기호 사무총장을 윤 후보 측에서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는 소문도 돈다. 양측의 기싸움이 이미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이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인선과 관련해) 전혀 한 말이 없다”고 손사래 쳤다.

저마다 딴 주머니… 고민 깊어진 尹

온갖 설왕설래에 경선에서 윤 후보를 도운 전ㆍ현직 의원들은 좌불안석 처지다. 이들은 민심에서 밀렸던 윤 후보에게 압도적 당심을 모아 준 공적을 앞세워 2선 후퇴는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이나 향후 당내 역할 등 차기를 염두에 두고 열심히 뛰었던 중진들의 동요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 캠프에 초기부터 합류했던 한 의원은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의 발언만 보면 본인 눈 밖에 난 사람들은 모두 나가란 소리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주변의 ‘동상이몽’이 또렷해질수록 윤 후보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제1 야당 대선후보를 꿰차며 ‘보수 1인자’ 자리에 올랐지만, 일천한 정치 경험 탓에 당내에 확고한 뿌리를 내린 단계는 아니다. 한 측근은 “당내 각 세력의 의견을 두루 들어야 하지만, 어떤 결단을 내리든 반발이 불거질 게 뻔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윤 후보는 일단 11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재선의 이양수 의원과 경선 캠프에서 호흡을 맞춘 김병민 전 비대위원을 각각 수석대변인, 대변인으로 임명한다.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