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안적 2030 구애

입력
2021.11.10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30세대 남성의 표심을 얻기 위해 팔을 걷고 있다. ‘무야홍(무조건 야당 후보는 홍준표) 바람’을 만들었다가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경선 탈락에 실망한 2030 남성들의 표류하는 표심을 흡수하겠다는 계산에서다. 하지만 4·7 재보선에서 확인됐듯이 민주당에 상당한 반감을 가진 이들 세대가 여권의 뒤늦은 구애에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 이 후보는 9일 여성가족부 명칭을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도 옳지 않다”고 말했다. 상징적 성격의 여가부 개편론을 꺼낸 것은 2030 남성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페미니즘과 거리를 두겠다는 신호에 가깝다. 이 후보가 비록 글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친(親)페미니즘 정책이 2030 남성들이 돌아선 원인이라고 진단한 커뮤니티 게시글을 선대위 회의에서 공유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 페미니즘 논란은 젊은 세대에선 민감한 이슈지만 정치권이 잘못 다루면 젠더 갈등을 더 부추길 수 있고 득표 전략 측면에서도 양날의 검이나 마찬가지다. 이 후보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밀리고 있지만, 30대와 40대 여성 층에선 여전히 윤 후보를 앞서고 있다. 자칫하면 탄탄한 지지층마저 등을 돌릴지 모른다.

□ 젊은 남성들이 여권에 등을 돌린 원인을 큰 틀에서 보면 ‘내로남불’로 요약할 수 있는 위선과 불공정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페미니즘뿐만 아니라 부동산, 조국 사태 등 주요 사안들을 관통한 문제의 핵심이다. 여권이 ‘조국의 강’조차 넘지 못한 상태에선 젊은 층에 부화뇌동해도 먹힐 리가 없다. 간과해선 안 될 것은 페미니즘 이슈가 비교적 젊은 세대에 제한돼 있다면 조국 사태나 부동산 문제는 전 세대와 중도층을 포괄한다는 점이다. 이 후보의 진정한 위기는 젊은 세대가 아니라 중도층의 마음을 잃은 것이다. 좁은 우물에서 아둥바둥할 게 아니라, 더 큰 시야에서 위기의 발본적 원인을 찾아야 한다.

송용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