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이어 오리털도 '중국발 수급 불안'... 내년 패딩 가격 오르나

입력
2021.11.11 09:00
중국산 다운 가격 6개월간 40% 급등
국내 수입 다운의 90%는 중국산
"올겨울 제품 다 만들었지만 내년이 문제"

중국발(發) 수급 불안 현상이 요소수를 넘어 패딩 점퍼용 다운(거위털, 오리털)에도 미치고 있다. 패딩의 주요 충전재로 사용되는 다운 원모(原毛) 가격은 최근 6개월 새 최고 40%나 급등했다. 전 세계 다운의 80%를 생산하는 중국 내 수급이 불안정해진 영향이다.

10일 다운 전문 유통업체 신주원 디보다운에 따르면, 현재 다운 시세는 그레이 80/20(깃털 80%, 솜털 20%) 1㎏ 기준 덕 다운이 45달러(약 5만3,122원), 구스 다운이 68달러(약 8만274원) 이상이다. 이는 최근 5년 평균 단가보다 3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만 해도 덕 다운은 20달러 후반, 구스 다운은 40달러 후반에서 거래됐지만 최근 6개월간은 시세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다운 가격이 고점에서 내려오지 않는 것은 중국 내 거위털, 오리털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국내에 들어오는 다운의 90%는 중국산이라, 중국 내 수급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1년간 중국의 다운 생산량은 약 30% 줄었다. 이기형 신주원 디보다운 우모사업부 본부장은 "다운은 오리나 거위를 사육한 후 부산물을 가공해 만든다"며 "최근 중국 내 육류 소비가 감소하는 분위기이고 인건비와 사료가격 등 사육비용도 올라 사육량 자체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강화된 환경규제, 치솟은 해상 운송료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탄소 배출을 제한하는 등 환경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는데, 이로 인해 문을 닫는 중소형 사육장이 늘고 있다. 또 해상 화물 운송료가 2배 넘게 오르며 동남아시아 임가공 업체로의 배송 비용, 완제품 배송 비용 등도 배가됐다.


문제는 줄어든 공급과 달리 수요가 크게 늘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아웃도어 업계는 '위드 코로나'로 외부 활동이 증가하는 데다 이른 추위로 올해와 내년 패딩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다운 수요량은 연평균 4,500~5,000톤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수요가 15% 정도 감소했는데, 업계는 지난해 감소량의 배 이상으로 올해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올겨울 시즌용 제품은 대부분 작년 11월쯤 원자재를 조달해 생산을 마쳤다. 당장 가격 인상 영향은 없을 거란 얘기다. 하지만 내년 패딩 가격은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에 업체들은 발주를 서두르고 있다. 조금이라도 저렴할 때 계약을 넣겠다는 계산에서다. 아웃도어 업체 관계자는 "다운 가격이 '오늘이 제일 저렴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고, 심지어 중국에서도 기대수요가 높아 원료상들이 가격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며 "평년보다 한 달 정도 빨리 내년 제품용 발주를 넣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한 달, 삼성물산은 두 달 발주를 앞당겼다.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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