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장릉 경관을 훼손하는 고층 아파트 건축 중단 사태로 문화재 보호와 사유재산권 보호의 조화라는 오랜 과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아파트, 도로, 철도 건설 공사 중 문화재 혹은 유적이 발굴돼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는 부지기수다. 공사 재개를 요구하는 주민, 혹은 이해당사자들과 당국 간 갈등이 빚어지는 일도 드물지 않다.
지난해 말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와 화성 동탄을 연결하는 GTX-A 노선 공사 도중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인근 환기구 공사현장에서 조선시대 추정 건물터가 발견된 일이 대표적. 반년간 공사가 중단되면서 2024년 6월로 예정됐던 완공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 용산구 요지에 자리 잡고 있는 아세아 아파트 재건축도 유물 발견으로 재건축 착공이 미뤄지고 있다. 2019년 공사 현장에서 기와가마 17기 등 유물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의 보존 결정에 용산구는 유물들을 부지 건너편에 ‘기와터공원’을 만들어 옮기기로 했으나 공원이 속한 아파트단지에서 공원 조성을 거부하며 착공이 미뤄지고 있다. 부산 가덕도 내 성북IC 동선이주단지와 가덕행정복지센터를 연결하는 도로 공사는 2019년 가덕진성 옹성과 해자가 발견되면서 해당 구간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2년간 조사 끝에 문화재청이 지난 10월 보존 결정을 내리면서 150m 구간을 제외하고 공사가 마무리됐다.
다만 대부분 유물 발견에 따른 공사 중단으로 파주 장릉처럼 행정기관 간 착오로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는 드물다. 지자체 공무원들의 문화재 행정 이해도 부족, 도시계획 관련 제도와 문화재 관련 제도의 이원화 등 구조적 원인에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신희권 서울시립대 교수는 “도시계획 과정에서 개발부처에서 큰 그림을 그린 뒤 문화재청에 사실상 통보하는 형식이 다반사”라며 “개발 계획의 시작 단계에서 문화재 전문가들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