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두산 떠나는 박용만… 두 아들도 그룹서 '독립'

입력
2021.11.1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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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회장 SNS에 "두 아들 독립, 고맙다" 심경 전해

두산그룹 회장까지 지냈던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 1982년 두산건설에 입사한 지 40년 만이다.

두산그룹은 10일 "박용만 두산경영연구원 회장이 회장직에서 사임한다"고 밝혔다. 두산그룹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이후 그룹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겠다고 꾸준히 밝혀왔다. 이번 사임 결정에 대해 박 전 회장은 "매각 이후 경영 실무는 관여하지 않았고, 매각이 마무리됐으니 자연스럽게 사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향후 행보에 대해선 "현재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재단법인 '같이 걷는 길' 등을 통해 지역 사회에 대한 봉사와 소외계층 구호사업에 힘쓸 계획"이라고 박 전 회장은 말했다.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5남인 박 전 회장은 1982년 두산건설에 입사한 후 두산 전략기획본부 사장, 두산 사장, 두산중공업 회장, 두산건설 회장, 두산그룹 회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8월 현대중공업그룹에 인수된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에서 물러나고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박 전 회장은 2013년부터 올해 3월까지 8년 동안 대한상의 회장을 지냈다.

박 전 회장의 사임과 동시에 두 아들도 두산그룹 임원직에서 물러난다. 각자의 커리어에 맞는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다.

두산그룹은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과 박재원 두산중공업 상무는 '전문 분야에 맞는 커리어를 위해 그룹 임원직에서 물러난다'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분야 전문가이자 인플루언서로 자리 잡은 박 부사장은 "관련 업계에서 다수의 유망 회사들을 육성하는 일에 이미 관여하고 있으며, 이제 본격적으로 관련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박 상무는 스타트업 투자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박 상무는 두산인프라코어 재직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에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벤처캐피털 회사 설립을 주도하는 등 관련 사업에 참여한 바 있다.

박 전 회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두 아들의 독립에 대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큰 아이(박서원)는 패션 관련 스타트업의 액셀러레이터와 콘텐츠 개발을 하겠다고 하고, 작은 아이(박재원)는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캐피털 일을 하겠다고 한다"고 향후 두 아들의 계획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아무리 자식이 나이를 먹고 어른이 돼도 부모 입장에서는 늘 충고하고 가르쳐줘야 할 것 같은 강박과 노파심이 있다"며 "하지만 둘 다 독립해서 사무실 구하고 자기 일을 하겠다고 하는데, 다른 어떤 감정보다 고맙다는 생각이 먼저 들면서 노파심을 누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어차피 자식들 커리어는 본인이 만들어 가는 것이니 부모로서의 역할은 여기까지가 맞는 일"이라며 "이제는 격려하고 지켜보면서, 삶의 동반자로 그리고 사랑을 나누는 가족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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