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이 다음주 열릴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10개월 만이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에도 대면이 아닌 화상회담을 고집했다. 뜸 들이던 중국은 왜 이제서야 미국과 정상회담에 나서는 것일까.
중국으로서는 이번 회담이 시기적으로 안성맞춤이다. 11일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로 장기집권 준비를 끝낸 시 주석이 경쟁자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장면을 연출해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시 주석은 앞서 2월과 9월 바이든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미국이 동맹을 결집하려고 할 때마다 정상 간 소통채널을 통해 중국의 입장을 전하며 견제구를 날렸다. 이번 회담은 내달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앞두고 열린다. 미국이 중국과 체제 경쟁을 공식화하는 자리다. 회의에는 대만도 초청된 터라 중국이 주창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이 흔들릴 수도 있다. 중국으로서는 시 주석이 다시 한번 포기할 수 없는 핵심이익을 못 박으며 목소리를 높일 때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7일(현지시간) CNN에 “바이든 정부는 중국 체제의 근본적인 변혁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9월 “시진핑은 독재자”라고 쏘아붙인 것과 비교하면 수위를 많이 낮췄다. 설리번 보좌관은 지난달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만나서도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썼다. 정상회담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이었다.
양국 교역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외교적 갈등에도 불구,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무역규모는 2019년보다 9.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치권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상호의존 단절)을 주장하고 있지만 말에 그친 셈이다. 이에 중국 매체들은 “디커플링은 허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번에도 해외로 나가지 않았다. 지난해 1월 이후 22개월째 국내에 머물며 화상으로 외부와 연결하는 ‘집콕’ 외교를 벗어나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에 나서지만 대면회담에 비해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환구시보는 10일 “1년 넘게 폐쇄된 영사관 업무를 재개하고, 중국 유학생 비자 문제 등에서 성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국은 지난해 7월 휴스턴과 청두 총영사관을 번갈아 폐쇄하며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다. 미국은 중국 유학생들의 입국 과정에서 국가안보를 이유로 비자를 취소하거나 강제추방하곤 했다.
중국은 앞서 7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을 톈진으로 초청해 요구목록을 내밀었다. 이 중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석방은 관철됐지만 △중국 공산당원과 유학생 비자 제한 철폐 △중국 관료, 기관에 대한 제재 해제 △공자학원과 중국기업 탄압 중단 등은 아직 양국 관계 개선의 걸림돌로 남아 있다.
시 주석은 전날 친강 주미대사가 대독한 미 영리단체 미중관계전국위원회 만찬 축사에서 "중미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의 올바른 궤도에 올려놓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전한 중국 신문망조차 "전략적인 관점에서 볼 때 중미관계가 예전으로 돌아간다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면서 "그렇더라도 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