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과거 서아프리카 소국 베냉을 식민지배하면서 약탈해 갔던 문화재를 ‘주인’에게 반환하기로 했다. 약탈 문화재를 보관 중인 프랑스 국립박물관도 소장품 현황에 대한 대대적 검토에 착수했다.
9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파리 엘리제궁에서 파트리스 탈롱 베냉 대통령과 회담한 뒤, 문화재 반환 협약서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우선 1892년 프랑스군이 베냉 아보메 왕궁에서 약탈했던 토템 조각상 등 문화재 26점이 이튿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됐다. 반출된 지 129년 만이다. 17세기 프랑스·영국·포르투갈의 노예무역기지가 건설된 베냉은 19세기 중반부터 프랑스의 본격적인 통치를 받았다. 공식적으로는 1904년 프랑스령 식민지로 편입됐으며, 1960년에야 독립했다.
탈롱 대통령은 “우리의 ‘영혼’을 돌려받았다. 압도적인 감정을 느낀다”고 기쁨을 표했다. 이어 “프랑스가 여전히 다른 문화재도 많이 보관하고 있는 만큼, 오늘의 반환을 큰 절차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이날을 “아프리카가 오래 기다려 온 상징적이고 감동적이며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지칭한 뒤, “앞으로도 반환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프랑스의 이번 조치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약탈 문화재 반환’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제국주의 시절 아프리카를 식민지배했던 영국과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문화재 반환 요구를 받았다. 앞서 벨기에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약탈한 일부 문화재를 반환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취임 후 아프리카 문화재 반환을 약속했고, 프랑스 국회의원들도 지난해 프랑스 식민지였던 베냉과 세네갈에 문화재를 돌려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프랑스의 이번 문화재 반환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평가도 있다. 프랑스가 소장 중인 아프리카 문화재는 현재 9만여 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프랑스가 한국의 문화재를 반환할지도 관심거리다. 해외에 있는 한국 문화재는 총 20만4,693점(올해 4월 1일 기준·국외소재문화재재단)으로 파악되는데, 프랑스는 이중 2.78%을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가 한국 문화재 반환을 명시적으로 약속한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