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서 부당 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355일 동안 서울 강남역 인근 철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던 김용희(62)씨가 불법 현수막 게시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변민선 부장판사는 옥외광고물법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에게 최근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1982년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에 입사해 노동조합 설립을 주도하다가 1995년 부당 해고를 당했다며 ‘삼성 해고자 원직복직 쟁취 투쟁’을 벌였다. 그는 2019년 6월 10일부터 서울 강남역 사거리 25m 높이 교통 폐쇄회로(CC)TV 관제탑 위에서 농성을 벌였다. 그러다가 삼성과 명예복직에 합의해 355일 만인 지난해 5월 29일 지상으로 내려왔다.
김씨는 철탑 위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면서, ‘삼성 해고자 원직 복직’ 등 문구가 적힌 불법 현수막을 게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관제탑에서 내려온 직후인 지난해 10월 19, 20일 서울 서초구 삼성타운 앞 8차선 안전지대에 차량을 주차하고, 1인용 텐트를 설치해서 교통을 방해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올해 4월 김씨를 벌금 300만 원에 약식기소했으나, 김씨가 정식 재판을 받겠다고 청구하면서 공판 절차를 밟게 됐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CCTV 관제탑에 현수막을 건 것은 집회나 시위 달성에 필요한 합리적 범위에 있어 위법성이 조각(배제)된다"는 주장을 폈다.
변 부장판사는 그러나 “관제탑은 집회 신고 장소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고 집회를 마친 뒤에도 현수막이 설치돼 있었다"며 "피고인 주장을 참작해도 정당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