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로 반사이익을 누린 대기업 제조업체 A사는 사주의 취미생활을 위해 회삿돈으로 고가 미술품 수십억 원어치를 사들인 뒤, 이를 되팔아 사주의 주머니를 채웠다. 사주의 장남은 회사 이름으로 된 고가의 리무진 차량을 탔고, 출근조차 한 적이 없는 사주 일가에는 고액의 급여와 회사 이름으로 된 고급 리조트를 제공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A사가 직접 진행하던 각종 광고를 사주 동생이 운영하는 B사에 맡기면서 부당하게 ‘통행세’를 지원했다.
코로나19로 이익을 얻은 △홈코노미 △여가소비 △언택트 등 이른바 ‘호황 업종’ 기업 사주들이 세금을 빼돌리려다 국세청의 감시망에 걸렸다. 이들은 회사의 이익을 사적으로 쓰면서 호화 생활을 누리는 데서 더 나아가, 거래 과정에서 일가친척이 운영하는 회사를 끼워 넣는 등 편법으로 부를 이전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코로나19에도 호황을 누리면서 이익을 독점하고 부를 편법 대물림한 대기업 사주 일가 등 30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선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은 △코로나 반사이익을 사적 편취한 탈세 혐의자 12명 △경영권 편법승계 과정에서 탈세 혐의가 있는 9명 △변칙 자본거래 등 대기업의 탈루 행태를 모방한 중견기업 관계자 9명 등이다.
이번 조사대상 기업은 주로 △정보기술(IT) △부동산·건설 △사치품 유통 등 코로나19 확산 후 반사 이익을 얻은 업종이다. 조사대상 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2019년 대비 6.4% 증가해 평균 7,513억 원에 달했으며, 사주 일가는 평균 3,103억 원의 재산을 보유했다.
사주 일가가 회사 이익을 사적으로 유용한 12개사는 △고가 회원권 2,181억 원 △고가 주택·별장 386억 원 △슈퍼카·요트 등 141억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었다. 7억 원 상당의 독일산 리무진, 26억 원 상당의 콘도회원권을 회사 명의로 보유한 뒤 사주 일가가 사적으로 쓴 사례도 적발됐다.
사주 일가는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 ①법인 주식을 증여한 뒤 ②자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주식 가치를 부풀린 후 ③고액 급여와 배당을 통해 재산을 늘리는 방식을 주로 활용했다. 조사 대상 사주 자녀 중 최근 5년간 2,000억 원대의 재산을 불린 사람도 있었다.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번 조사 대상에는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같은 대기업도 포함돼 있다”며 “불공정 거래 근절을 위해 조세나 과징금 부과에 필요한 정보를 공정거래위원회와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