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에게 배우는 '슬랙스 잘 입는 법'

입력
2021.11.13 09:10

2000년대 초·중반 패션계를 흔들었던 스키니진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심지어 MZ세대 사이에선 스키니진이 '엄마 바지'로 통용되는 '그 시절' 아이템이 됐다고 하니, 패션의 명운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스키니진의 부진(?)을 딛고 현 패션계의 '잇템'으로 떠오른 것은 슬랙스로 대표되는 와이드 핏 팬츠였다. 슬랙스는 '느슨하다'다는 의미의 형용사 슬랙(Slack)에서 따온 명칭으로 여유 있는 헐렁한 핏의 바지를 가리킨다. 기본적으로 여유 있는 핏의 바지를 기본 틀로 삼지만, 최근에는 슬림·보이프렌드·스트레이트 등 다양한 핏으로 파생되며 더욱 높은 활용도를 자랑하고 있다.

몸매를 과도하게 부각시키는 룩 대신 편안함과 젠더리스 트렌드를 반영한 스타일링이 각광 받는 지금의 패션계에서 슬랙스가 각광받은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여기에 소재나 핏, 색상과 스타일링 방법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강점은 슬랙스에 대한 패션 피플들의 선호도를 수직상승시켰다.

와이드 핏 슬랙스는 상의 스타일링에 따라 힙한 느낌부터 페미닌 무드까지 다양한 연출이 가능한 대표적인 '효자 아이템'이다. 높은 활용도에 트렌디한 분위기까지 잡은 와이드 핏 슬랙스는 연예계 패셔니스타들의 사랑도 듬뿍 받는 중이다.

슬랙스 스타일링의 대표적인 아이콘 다비치 강민경은 와이드 핏 슬랙스를 활용한 센스있는 룩 연출법을 배우기 좋은 스타다. 다채로운 패턴의 상의와 액세서리, 과감한 컬러 조합은 강민경 스타일의 키 포인트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와인 컬러 폴라 니트 티셔츠 위에 체크 패턴 재킷, 트렌치 코트를 레이어드해 착용한 뒤 다크한 톤의 슬랙스를 매치해 완성한 아웃핏이다. 소문난 패셔니스타인 김나영도 도전한 레이어드 상의+슬랙스 조합은 보온성과 분위기를 모두 챙기는 똑똑한 F/W 시즌 스타일링 비법이다.

슬랙스 위에 니트 상의를 착용한 블랙핑크 제니와 수영은 가장 대중적인 스타일링 법을 제시한다. 제니처럼 루즈한 니트 티셔츠를 착용한다면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의 룩을 연출할 수 있으며, 수영처럼 보디라인을 강조한 핏의 니트 티셔츠를 선택한다면 페미닌하고 세련된 무드의 스타일 연출이 가능하다.

와이드 핏이 부담스럽다면 세미 와이드·부츠컷 또는 슬림 핏 슬랙스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몸매를 조금 더 부각시키면서 보다 포멀하고 여리여리한 분위기 연출을 도와주는 슬림 핏 슬랙스의 매력은 베이직한 스타일링에서 더욱 빛난다.

강민경은 사랑스러운 파스텔 피치 컬러 니트 티셔츠에 비슷한 톤의 니트 머플러를 함께 매치해 페미닌한 무드가 물씬 풍기는 룩을 선보였다. 또 다른 사진 속에서는 톤다운된 컬러의 재킷과 니트 티셔츠, 슬림 핏 슬랙스를 착용한 뒤 하늘색 토트백과 비비드한 그린 컬러의 양말로 디테일을 더한 강민경의 센스를 엿볼 수도 있다.

수영 역시 브랜드 네임으로 이루어진 레터링 프린팅이 눈길을 끄는 화이트 티셔츠 위에 아이보리 컬러 가디건을 걸친 뒤 블랙 세미 부츠컷 슬랙스를 착용해 도회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 조금 더 과감한 연출이 필요한 날에는 제니처럼 화려한 디테일이 강조된 크롭 톱과 슬림 핏 슬랙스를 매치한 뒤 매력적인 주얼리를 착용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쌀쌀해진 날씨에 슬랙스를 착용하기에 망설여지거나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더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다양한 소재와 패턴 슬랙스에 도전해보자.

다양한 소재를 만난 슬랙스의 변신은 무궁무진하다. 강민경과 이해리처럼 코듀로이 소재나 장윤주처럼 니트 소재의 슬랙스를 착용한다면 겨울철 한층 포근한 감성의 룩 연출이 가능하다. 또 수영이 착용한 그레이 슬랙스처럼 도톰한 울 소재의 슬랙스를 선택한다면 추위에도 끄덕없이 슬랙스를 활용할 수 있다.

패션니스타의 면모를 과시하고 싶다면 서현처럼 패턴이 적용된 슬랙스를 착용하는 것도 좋다. 체크 패턴으로 경쾌함을 더한 슬랙스에 기장까지 짧다면 앙증맞은 매력은 두 배다. 추운 날씨에 짧은 기장이 고민된다면 가죽 소재의 부츠를 착용해 센스와 보온성을 모두 잡는 것도 팁이다.

전체적인 룩의 통일감을 선사하는 셋업 수트로 슬랙스를 소화한다면 별 다른 스타일링 없이도 매력적인 아웃핏을 완성할 수 있다.

태연과 장윤주는 각각 파스텔 핑크, 화이트 컬러의 셋업 수트로 패셔너블한 커리어우먼 같은 느낌의 룩을 선보였다. 두 사람이 선택한 슬랙스는 발목까지 오는 9부 기장의 슬림 핏 아이템으로, 높은 굽의 하이힐을 함께 착용해 한층 길어보이는 다리 라인을 강조했다.

제니의 경우 와이드 핏 슬랙스 셋업 수트를 선택했다. 보다 트렌디한 룩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제니는 팔 라인이 드러나는 수트 베스트를 상의로 착용하거나 등과 허리 라인을 과감하게 노출한 크롭 블라우스로 고급스러운 섹시미를 자랑했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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