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합의한 탄소 감축 목표가 축소된 온실가스 배출자료를 바탕으로 설정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각국의 정확한 배출량 파악이 급선무”라며, 탄소 배출 현황이 과소평가된 상황에선 감축 목표의 실효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8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자사 검증팀의 자체 분석 결과, COP26 참가국이 유엔에 제출한 온실가스 배출 자료가 85억톤에서 133억톤 가량 축소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해당 오류를 바로잡는다면, 세계의 탄소 배출 현황은 적어도 미국의 연간 배출량만큼은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각국이 육지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잘못 추정해 이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전체 오차의 최소 59% 이상은 해당 부분에서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말레이시아는 2016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통계 기준 4억2,200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지만, COP26에서 제출한 자료에는 8,100만톤에 불과했다. 5년만에 배출량이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 감축하기로 합의한 메탄도 배출량이 실제보다 축소됐다는 의혹이 있다. 러시아의 경우 위성 사진을 통해 측정하면 메탄 배출량이 세계 최대 수준이지만, 유엔에 제출한 자료는 과학자의 추정보다 수백톤은 적다.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도 메탄 배출량을 실제보다 적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의 배출량 측정 기준 자체가 국가들의 과소추정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다. 유엔은 각국의 과학자들이 항목별 배출치를 추정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하도록 한다. 대기분석이나 위성사진 제출도 필요 없다.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숫자를 조정할 수 있는 환경인 것이다. 게다가 탄소배출량을 매년 발표하는 게 관행으로 자리잡은 선진국과 달리, 상당수 개발도상국은 발표 의무가 없어 최근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96개국 가운데 대부분 선진국을 포함한 45개국만이 2019년 기준 자료를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위해선 현재 배출량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롭 잭슨 스탠포드대 지구과학 교수는 “우리가 현재 온실가스의 정확한 배출량을 알 수 없다면, 우리가 감축 목표를 충분히 설정했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