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서 동창생을 감금 폭행해 폐렴과 영양실조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피고인 2명이 법정에서 서로에게 범행 책임을 떠넘겼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안동범)는 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범죄 살인·감금, 영리약취,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강요·공동상해·공동공갈·공동폭행)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21)씨와 안모(21)씨에 대해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각자를 상대방에 대한 증인으로 세워 신문하는 방식이었다.
안씨는 "김씨가 피해자에게 돈을 받아내기 위해 집에 보내지 않고 계속 감금한 것"이라며 "나는 그럴 목적이 없었다"고 했다. 피해자가 가족의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관과 통화했을 때 거짓말을 하도록 종용한 것을 두고도 "김씨가 옆에서 (피해자 휴대폰의) 음소거를 누르고 '우리와 같이 있지 않다고 대충 말하고 끊으라'고 시켰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에게 가혹행위를 하거나 휴대폰 소액결제로 상품권을 구입하게 한 뒤 가로챈 혐의에 대해서도 "김씨가 그렇게 하자고 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김씨는 피해자 사망 장소인 오피스텔에 이사한 올해 6월 1일 이후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나는 없고 안씨가 피해자를 툭툭 때리거나 찬물을 뿌리는 것을 본 적은 있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가 아프다기에 나는 '병원을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안씨가 '코 고는 소리 들린다'고 해서 그냥 넘어간 적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피해자를 케이블타이로 결박한 것에 대해선 "안씨가 피해자를 묶자고 했고 케이블타이도 직접 사왔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씨는 피해자를 대구 본가에서 서울로 데려온 이유를 묻는 질문엔 "돈을 받기 위해서였고 (피해자가)고소를 취하하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자를 오피스텔 화장실에 감금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두 사람의 증언은 엇갈렸다. 김씨는 "안씨가 피해자가 소변을 못 가리니 화장실에 두자길래 '좁을 텐데'라고 하니 '상관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나 안씨는 "그때는 너나할 것 없이 그러자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안씨와 김씨는 올해 4월 1일부터 6월 13일까지 피해자 박모씨를 자신들의 주거지에 감금한 뒤 케이블타이로 신체를 결박한 채 방치하거나 고문하는 등 가혹행위를 해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박씨의 일용직 급여나 휴대폰 소액결제 물품을 가로채 578만 원 상당을 갈취하기도 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해 박씨를 수차례 때려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혔다가 박씨의 고소로 올해 1월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게 되자, 이에 앙심을 품고 박씨를 납치해 감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람은 모두 "보복 목적이나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면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혐의는 부인해왔다. 다음 공판은 오는 29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