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9대 대선은 세대 간 대결 양상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2040세대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 60대 이상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 대한 지지로 확연히 갈리면서다. 이런 가운데 내년 대선은 '역대급 세대 간 대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40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60대 이상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가 뚜렷한 반면, 2030세대 표심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로 통칭되는 이들로, 문재인 정부 출범에 기여했지만 조국 사태와 부동산값 폭등을 거치면서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의힘 후보를 적극 지지하지도 않는다. MZ세대가 차기 대선의 향배를 결정하는 데 키를 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19대 대선에선 50대 표심이 주목받았다. 2012년 대선 당시 62.5%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투표하며 보수색을 보였던 이들은, 5년 뒤 2017년 대선에선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가장 많은 표(36.9%)를 던졌다. 보수 진영에서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은 분산 효과를 누린 셈이지만, 문 후보는 50대뿐 아니라 2040세대에서 50% 전후한 득표를 기록했다.
차기 대선에선 2030세대가 이 같은 캐스팅보트를 넘겨받을 가능성이 크다. 통상 젊은 세대는 '진보', 장년 세대는 '보수'라는 인식 아래 19대 대선까지 2030세대는 민주당의 확실한 지지 기반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참패로 끝난 4·7 재·보궐선거를 기점으로 이 같은 이분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20대 남성에게서 7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콘크리트 보수 지지층으로 꼽히는 60대 이상 남성(70.2%)보다 높았다. 이를 감안할 때 민주당 지지층은 40대부터 5년 전 50대에 속했던 60대 초반 유권자들로 줄어드는 셈이다.
2030세대의 표심이 위력적인 이유는 그 향배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조국 사태 등으로 대표되는 '내로남불'과 부동산값 폭등으로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잃어버린 분노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선 국민의힘 지지로 나타났지만, 대선 본선에 진출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지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다. 진영 논리로부터 자유로운 것도 예측불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조국 사태 이후 민주당에 등을 돌렸지만 2030세대는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고 이익을 실현해 줄 후보가 누구인지를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이번 대선에서 20대 표심은 한방향으로 쏠리기보다는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소신투표를 하거나 아예 투표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 결과, 18~29세에선 '의견 유보' 응답이 41%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던 여성 유권자들이 어느 후보에게 마음을 열지도 관건이다. 안희정·박원순·오거돈 등 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의 성 추문으로 여성 표심이 민주당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형수 욕설' '여배우 스캔들' 논란이 약점으로 꼽히지만, 그렇다고 윤 후보가 민주당을 떠난 여성 표심을 흡수할 만한 매력을 갖추지 못하면서다.
이는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불릴 만큼 여야 후보에 대한 높은 비호감도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9~21일 조사한 결과, 여성 응답자 사이에서 윤 후보의 비호감도는 62%, 이 후보는 60%를 기록했다.
특히 '20대 여성'은 두 후보의 최대 약점이다. 같은 조사에서 20대 여성 응답자는 이 후보와 윤 후보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32%)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5%)에게 보다 많은 호감을 표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 아닌 제3의 후보들에게 15.1%의 표를 던졌던 20대 여성들이 이번에도 '튀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부친의 고향(충남 공주)을 앞세운 윤 후보의 '충청대망론'에 충청권이 반응할지도 관심사다. 8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 결과, 대전·세종·충청에서 윤 후보 지지율은 42.9%로, 이 후보(30.3%)에게 압도적 우위를 보이지는 않았다. 충청권 민주당 중진 의원은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 충청 유권자 특성상 여론조사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이왕이면 연고를 둔 후보를 밀자'는 심리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진보진영 및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에서도 이 후보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보일지도 관심사다. 이 후보가 당내 경선 과정에서 유일하게 1위를 하지 못한 지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