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에 '갑질' 한국호야렌즈에 과징금 5700만원

입력
2021.11.08 15:55
누진다초점렌즈 할인점 공급 막고 
대리점 판매구역도 설정 등 부당행위 적발

누진다초점렌즈 국내 1위 사업자인 한국호야렌즈가 대리점에 영업지역을 할당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일삼다가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구속조건부 거래·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강요한 한국호야렌즈에 과징금 5,700만 원과 함께 시정명령을 부과했다고 8일 밝혔다.

노안 교정에 쓰이는 누진다초점렌즈의 국내 점유율 40%인 한국호야렌즈는 2017년부터 대리점이 할인판매점에 자사 누진다초점렌즈를 공급하는 것을 막았다.

할인판매점의 공격적인 가격 인하정책이 가격 경쟁을 불러올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원천 금지한 것이다. 위반 시 공급계약을 해지해도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계약준수확약서도 대리점에 강요했다.

한국호야렌즈가 직접 거래하는 안경원(소매점)에도 역시 물건을 대지 못하게 했다. 할인판매점과의 거래를 제한한 것처럼 대리점의 저렴한 가격이 자신들의 직거래 정책에 가격 하락 압박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한국호야렌즈는 또 대리점의 영업지역을 설정하고, 대리점이 영업지역 이외 본사 직거래점과 거래할 경우, 거래지역 제한 규정을 활용해 해당 행위를 제재했다. 영업지역 설정을 대리점의 영업범위 보장이 아닌, 자신의 직거래 영업 보호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는 공정거래법 규제대상인 구속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한다.

2018년에는 19개 신규 대리점과 물품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자신이 제공한 공급가격표에 따라 안경원에 렌즈를 공급하고, 특정 렌즈에 대해선 직거래점에 적용하는 할인율과 동일한 할인율을 적용토록 강요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부당행위가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재판매가격 유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최종 소비자와 개별 안경원에 대한 가격 경쟁이 활성화되고, 이를 통해 고가로 판매되고 있는 누진다초점렌즈에 대한 소비자의 부담도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