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로써 '고발 사주' 의혹을 비롯해 공수처가 수사 중인 윤 후보 관련 사건은 총 4건으로 늘어났다.
공수처는 8일 윤 후보가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지난달 22일 입건했다고 밝혔다. 앞서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지난 6월 7일 윤 후보 등 6명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이던 지난해 2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현 수사정보담당관실) 관계자 등에게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해 사실상 위법한 '사찰 문건'이 만들어졌다는 게 사세행의 주장이다.
문건의 정확한 제목은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으로, 문건에는 13개 재판부 판사 37명의 연수원 기수 등 기본적인 정보부터 종전 판결 요지, 세평 등이 담겼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말 윤 후보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면서, 윤 후보가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실에 재판부 분석 문건을 작성하게 한 뒤 대검 반부패·강력수사부 및 공공수사에 전달하도록 지시했다는 점을 주요 징계 사유로 포함시켰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이를 바탕으로 윤 후보에게 정직 2개월 처분을 의결하자, 윤 후보는 징계 처분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에서 승소해 검찰총장으로 복직했다. 서울고검 역시 올해 2월 윤 후보의 '판사 사찰'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달 14일 윤 후보가 제기한 징계처분 취소소송 1심 재판에서 법무부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특히 재판부 분석 문건에 대해 "수사정보정책관 등에게 그 직무의 범위를 벗어나 부당한 지시를 한 것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직권남용 혐의 등이 성립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공수처는 입건 배경에 대해 "(윤 후보 징계 취소소송) 1심 선고 후 해당 판결문을 분석 검토한 결과 직접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사건 입건 당시 윤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 중인 점을 고려해 경선 과정에 영향이 없도록 11월 5일 경선이 끝난 후에 고발인 측에 입건 사실을 통지했다"고 덧붙였다.
공수처는 현재 윤 후보와 관련해 '고발 사주' 및 '옵티머스 사건 부실수사',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수사방해'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인 지모씨(제보자X)가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윤 후보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공수처에 넘겼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