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테크'로 눈 돌리는 2030… 유통업계도 미술품 마케팅

입력
2021.11.0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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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라호텔, 호텔 투숙하면 박서보 화백
묘법 2작품 소유권 일부 주는 패키지 내놔
百·편의점 아트테크 강의·주식도시락으로 공략

부동산과 주식, 가상화폐 등에 관심이 높은 2030세대가 '미술품'으로 투자 대상을 확대하면서 유통업계도 '아트테크(예술+재테크)'를 마케팅에 접목하고 있다. 적은 비용을 투자해 공동 소유하는 방식이 미술품 구매에 대한 접근 장벽을 허물면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2030세대의 유입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재테크의 주축으로 떠오른 2030세대에게 아트테크가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초부터 공동 거래 플랫폼을 통해 거장의 작품 일부를 소유하는 게 유행하면서 미술품이 젊은 세대도 향유할 수 있는 문화로 부상했다.

서울신라호텔은 이달 30일까지 투숙객에게 '단색화의 선구자'로 불리는 거장 박서보 화백의 작품 공동 소유권을 제공하는 '폴 인 아트(Fall in Art)' 패키지를 내놨다. 투숙객은 작품 '묘법 No. 071218' 또는 '묘법 No.111020'에 대한 공동소유권(5만 원)을 제공받는다. 두 작품의 가치는 각 4억~4억5,000만 원 수준이다. 두 작품은 호텔 지하 1층 아케이드에 전시돼 고객이 직접 감상할 수 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이달 1일 시작한 패키지 판매량 집계 결과 목표치의 절반 가까이가 벌써 나갔다"며 "박서보 화백 작품은 평균 75%의 높은 낙찰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미술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어 아트테크 입문자도 비교적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편의점 이마트24는 지난 6월 유명 팝아트 작가 줄리안 오피(Julian Opie)의 작품(Running Women) 지분 소유권을 경품으로 내걸고 2,200명에게 작품 2조각 소유권(2만 원 상당)을 증정했다.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투게더에서 작품의 지분을 구입하는 고객의 67%가 20, 30대인 점에 착안했다. 공동 소유 작품은 소유자들의 찬반 투표를 거쳐 50% 넘게 매각에 동의하면 매각된다. 추후 미술품 가치가 상승하면 할당량만큼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 7월 미술품 시장에 속속 진입 중인 MZ세대 수집가를 겨냥해 '플랙스 아트전(FLEX ART展)'을 열었고 8월에는 '아트테크 강의'도 개최했다. 국내 미술품 시장이 올해 최대 호황을 누리는 데다 온라인 전시와 경매, 공동구매 등 투자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수집가들의 연령대가 대폭 낮아진 점을 감안했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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