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경기, 촬영 이동은?… '요소수 암초' 만난 배구단·드라마 촬영

입력
2021.11.08 11:06
요소수 대란 스포츠·대중문화 업계에도 불똥


이름도 낯선 요소수의 갑작스러운 품귀 현상으로 스포츠와 대중문화 업계도 불안에 떨고 있다.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전국 각지를 돌아야 하는 특성상 대형버스 등이 주 이동수단인데, 상당수가 요소수가 꼭 필요한 디젤(경유) 차량이기 때문이다. 요소수 공급 불안이 이어지면 경기 일정뿐 아니라 드라마 및 영화 제작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업계는 차량 교체까지 고려하는 분위기다.



대형 디젤버스 선수단 '다리'인데... "내년 초 걱정"

8일 A 프로배구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이 구단은 대형 디젤 버스 1대와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 2대(경유·휘발유 각 1대)를 운영중인데, 이 중 SUV 휘발유 차량은 내년 임대 계약이 끝나는 대로 휘발유 차량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프로배구단은 한 달에 서너 번은 원정 경기를 뛴다. 선수와 스태프 등 30~40명이 서울을 비롯해 광주, 수원, 대전, 김천, 천안 등 서로의 홈 경기장을 오가며 경기를 해야 해 시즌 중 이동 거리가 만만치 않다. A 구단 관계자는 "문제는 대형버스"라며 "오랜 경력의 운전 기사 분이 두 통 분량의 요소수를 확보해 연말까지는 어떻게든 융통할 수 있는데, 그 이후엔 방법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했다. A 구단은 단골 주유소에 요소수 구매를 문의했는데, 평소 시세의 10배를 불러 처음엔 사지 않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동이 난 데다 내년엔 20~30배까지 요소수 값이 오를까 걱정하고 있다. 이제 막 1라운드를 마친 남녀 프로배구는 내년 3월까지 경기 일정이 꽉 차 있다.



빈번한 지방 촬영... K팝 그룹 기획사는 "연말 특수 어쩌지?"

이병헌을 비롯해 신민아, 김우빈 등이 출연하는 새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는 지난달 말 제주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8일 첫 방송을 앞둔 tvN 드라마 '어사와 조이'는 마산 등에서 촬영중이다. 스태프와 보조 출연자 등 많은 인원이 대형버스를 타고 한꺼번에 여러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드라마·영화 제작사들은 요소수 대란에 마음을 졸이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의 한 현장 스태프는 "사람을 태운 대형버스뿐 아니라 조명 기구 등을 실은 현장 차량 대부분이 경유차"라며 "자칫 이동이 멈춰 제작 일정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형 밴과 SUV 등으로 아이돌그룹의 여러 일정을 소화하는 K팝 기획사에도 불똥이 튀었다. 이달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으로 2년여 동안 뚝 끊겼던 공연과 행사가 재개돼 숨통을 트이나 싶었는데, 요소수 수급 불안으로 활동에 또 암초를 만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남녀 아이돌그룹을 모두 기획한 K팝 기획사의 고위 관계자는 "2주 전부터 현장을 뛰는 매니저들에 요소수 확보 지시를 내렸는데, 확보 상황이 좋지 않다"며 "이달 소속 그룹이 컴백하고 곧 대목인 12월이라 주의 깊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여러 청춘 스타를 매니지먼트하는 회사의 대표는 "회사 차가 거의 디젤이라 요소수 확보를 위해 직원마다 인터넷 1주문을 지시했는데, 다 대기 상황이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강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