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이터널스 효과… 15개월 만에 주말 극장 관객 100만

입력
2021.11.08 18:30

부활의 신호탄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붕괴 직전까지 몰렸던 극장가가 오랜 만에 활짝 웃었다. 1년 3개월 만에 주말(토ㆍ일 기준) 관객 100만 명을 넘기며 ‘코로나19 불황’ 탈출을 예고했다.

8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이틀 동안 110만8,145명(6일 59만2,334명, 7일 51만5,811명)이 극장을 찾았다. 주말 관객이 100만 명을 넘기는 것은 지난해 8월 15ㆍ16일 이후 처음이다. 8월 중순이 휴가철로 극성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11월 주말 100만 관객은 더 눈에 띄는 수치다. 6일 관객 수는 올해 일일 최고치이기도 하다.

위드 코로나 시행과 마동석 주연 마블 영화 ‘이터널스’ 개봉 효과가 컸다. 1일부터 시행된 위드 코로나로 관람 조건이 나아졌다. 일단 상영 시간 제한이 사라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때 수도권 극장들은 오후 9시 이후 상영이 불가능했다. 극장 좌석 활용도가 높아지기도 했다.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국내 3대 멀티플렉스 체인은 백신 접종 완료자들을 위한 ‘백신 패스관’을 운영 중이다. 백신 접종 완료자들만으로 전 좌석을 채울 수 있다. 띄어 앉기 규제가 완화되면서 백신 패스관이 아닌 곳은 약 70%까지 관객을 들일 수 있다.

국내 영화팬들이 기대해왔던 ‘이터널스’ 개봉 효과도 만만치 않다. 전국 일일 관객 수는 1,2일 각각 8만명 대에 그쳤으나 3일 ‘이터널스’가 개봉하면서 수직 상승했다. 개봉일(3일)부터 33만7,35명을 불러모으며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이터널스’는 6일에만 49만2,768명이 봤다. 이날 전체 관객 수 중 83.1%에 해당하는 수치다.

영화 할인권 배포 효과를 톡톡히 보기도 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위드 코로나 시행을 맞아 121억9,000만 원을 들여 영화관람료 6,000원 할인권 203만 장 가량을 극장가에 배포했다.

여러 호재들이 겹치며 오랜 만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극장가는 화색을 띠고 있다. 조성진 CGV 전략지원 담당은 “코로나19 변수가 여전히 조심스러우나 모처럼 긍정적인 수치들이 나와 반기고 있다”고 밝혔다. 조 담당은 “할인권을 4주에 걸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관객 추가 유치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후속작이다. ‘아담스 패밀리2’(10일 개봉) 등 할리우드 화제작들은 지속적으로 극장가를 찾고 있으나 한국 대작들은 여전히 관망세를 지키고 있어서다. ‘장르만 로맨스’(17일 개봉)와 ‘연애 빠진 로맨스’ ‘유체이탈자’(24일 개봉) 등이 잇달아 개봉하나 대규모 관객몰이를 하기엔 힘이 부쳐 보인다. 제작비 100억 원이 넘는 국내 대작으로는 ‘해적: 도깨비 깃발’(해적2)만 내년 설 연휴 기간으로 개봉을 확정한 상태다. 큰 변화가 없으면 3달 가까이 극장가에서 충무로 대작 부재현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조성진 담당은 “극장 상황이 나아지면서 한국 대작 일부가 크리스마스 개봉을 검토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는 하나 아직은 확정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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