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이대로면 이달말 공장 멈춘다"... 국내 최대 요소수 업체의 '비명'

입력
2021.11.0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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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정밀화학, 이달 넷째주 요소 재고 바닥 전망
"베트남 수입 200톤은 국내 차량 하루치 불과"
이번 주 특단 조치 없으면 공장중단 불가피

국내 요소수 생산공장 가동 중단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재고 물량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면서 이번 주까지 원재료인 요소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이달 하순에는 생산라인이 멈춰 설 것으로 보인다. 국내 요소수 생산이 멎는다면, 연달아 파생될 전국적인 물류대란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사실상 이번 주가 국내 요소수 부족 사태의 중대 변곡점이 될 조짐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요소수 생산물량의 절반 이상을 책임진 롯데정밀화학의 요소 재고량은 이달 넷째 주(22~27일)에 모두 소진될 것으로 전해졌다. 공장에서 요소수를 생산하는 과정은 3~4일이면 충분하지만, 베트남과 카타르 등 지리적으로 먼 국가에서 국내로 요소를 옮겨오는 데는 최소 일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점쳐진다.

이 때문에 롯데정밀화학은 이번 주까지 요소 수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이달 말부터 울산공장의 요소수 생산라인 직원을 다른 곳으로 전환 배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베트남에서 차량용 요소 200톤을 긴급 수입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국내 차량용 요소수의 하루 필요량(600톤) 정도에 불과하다"며 "공장을 정상 가동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필요한 물량의 추가 반입이 어렵다면 이번 주 안에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현재 국책연구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은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에 주입해 시험주행한 결과를 이번 주 안에 내놓을 예정이다. 분석 내용은 주로 차량의 배출가스량이 허용기준을 준수하는지 여부다.

문제는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할 때 점쳐지는 부작용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요한 건 자동차의 안전과 성능”이라며 “산업용을 전환했다가 차량 고장 등 피해가 발생하면 보상 문제가 생겨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적합’ 판정이 나오더라도 산업용 요소수를 선뜻 차량용으로 전환하기가 부담스러운 이유다.

국내 요소수 품귀 현상은 현재 물류업계를 중심으로 점차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화물연대본부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요소수 품귀현상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화물 노동자에게 대부분 전가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은 개인의 빚과 생계 곤란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요소수 가격이 10배 가까이 치솟았지만 운행 중단이 어려운 화물 운전자들이 이에 대한 부담을 개인적으로 짊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연말로 갈수록 물류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화물 운전자들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여기에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시외·고속버스와 학교 통학차량, 학원차 등 일부 전세버스도 갈수록 운행 중단에 대한 불암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인터넷상에선 요소수를 직접 만드는 방법까지 공유되고 있다”며 “고가 장비인 배기가스저감장치(SCR)만 고장날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