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서 확진됐는데, 격리는 천안에서 ... 이런데도 생활치료센터 줄인다?

입력
2021.11.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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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치료하면 가족들 추가 10일 자가격리
전문가 "추가 격리보다 PCR 검사 하자"

지난 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고양시 덕양구 거주 40대 A씨. 다음날 그는 수도권이 아닌 충남 천안시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 마련된 생활치료센터(생치센터)로 가야 했다. 경기도민이 충남까지 가야 했던 이유는 경기도 내 생치센터에 자리가 없어서였다. 가뜩이나 확진 판정으로 불안하던 A씨는 가족과 멀리 떨어지는 게 더 부담스러웠지만 방법이 없었다. 구 보건소는 “경기 북부는 외국인 확진자가 많아 인근에 자리가 없다”며 “센터에 입소하려면 천안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무척 예외적인 상황인 줄 알았는데, 천안에 가니 또 다른 덕양구민이 입소해 있었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하루 신규 확진자가 연일 2,000명 선을 넘기면서 경증이나 무증상 환자를 수용할 생치센터의 수용력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위드 코로나와 함께 재택치료를 대대적으로 늘린다는 방침이지만, 재택치료를 할 경우 본인은 물론, 가족의 자가격리 기간까지 길어져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

7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경기도의 생치센터 가동률은 70.5%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은 50.7%에 머물렀다. 방역당국은 이 수치를 기반으로 연일 "대응 여력이 충분하다"고 하지만, A씨 사례처럼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택치료 땐 가족 10일간 추가 격리... 보완책 없다

'원거리' 격리는 여러모로 불편한 선택이다.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먼 곳에 외따로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불안감도 있을뿐더러, 입소할 때야 구급차를 타고 들어가지만 퇴소할 때는 각자 알아서 해야 한다. 대중 교통 대신 방역 택시나 백신 접종을 완료한 지인의 차량을 이용하라는 게 방역당국의 지침인데, 원거리일 경우 교통비 부담이 상당하다.

그렇다고 손쉽게 재택치료를 고르기도 어렵다. 재택치료를 결정하는 순간, 가족도 10일간 함께 자가격리를 한 뒤 추가로 10일간 더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방역당국은 지나치게 긴 자가격리 기간을 줄일 방안을 찾겠다고 했으나, 아직 후속 조치는 없다.


생치센터 축소 움직임 ...원거리 격리 더 늘 듯


하지만 방역당국은 위드 코로나 시행과 함께 생치센터 전반에 대한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기존에 생치센터로 쓰던 대학 기숙사 같은 건물들은 원래 용도로 되돌려야 해 생치센터 전체적 규모 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라 말했다. 그러다 보니 A씨처럼 확진자가 많은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비수도권으로 이송되는 경우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원거리 격리는 되도록 피해기 위해 동네 의원과 확진자를 1대 1로 매칭하는 주치의 제도를 도입해 수시로 상담을 받는 재택치료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재택치료 활성화를 위해 "가족을 10일간 추가로 격리하는 것보다 며칠에 한번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도록 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먹는 코로나 치료제 40만 명분 선구매 계약

한편 중대본은 이날 먹는 형태의 코로나19 치료제 40만4,000명분의 선구매 계약을 이달 안으로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9월 머크앤컴퍼니(MSD)와 20만 명분, 지난달 화이자와 7만 명분 구매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나머지 13만4,000명분 선구매는 “MSD·화이자, 스위스 로슈와 협의 중이며, 국내외 치료제 개발 상황을 고려해 구매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청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