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윤석열 축하할 뜻 애초에 없다"... 靑 사흘째 침묵

입력
2021.11.0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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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당원으로서 축하한 것"
靑 대면 회동 없을 듯...축하난은 고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에 대해 굳게 침묵하고 있다. 윤 후보 선출 사흘째인 7일까지 아무런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앞으로도 메시지를 낼 계획이 없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때는 90분 만에 축하 메시지를 냈다. 서면 브리핑을 통해 “당원으로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축하한다”고 했다. 이어 16일 만에 이 후보를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한국일보에 “문 대통령은 민주당 당원이어서 이 후보를 축하한 것"이라며 "윤 후보는 야당 대선후보라 경우가 아예 다르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에게도 아직 축하 인사를 하지 않았다.

현직 대통령이 야당 대선후보 선출에 침묵하는 것이 정치권 관례는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2년 9월 문 대통령이 야당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로 뽑혔을 때 “축하한다. 꿈과 희망의 대선을 기대한다”고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1997년 김대중 국민회의 대선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덕담을 건넸다.

문 대통령은 강경하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윤 후보에 대한 축하 메시지는 애초부터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현직 검찰총장이 제1야당 대선후보로 초고속 변신한 것이 검찰 중립성을 훼손하고 정치를 희화화한다는 논란을 부른 만큼, 문 대통령이 축하하는 것 자체가 나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자신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파격 발탁한 윤 후보의 행보에 깊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 심판을 자신의 대선 출마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는 5일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문재인 정부를 ‘약탈 정부’로 규정했다. "이 정권은 저의 경선 승리를 매우 두려워하고 뼈 아파할 것"이라며 청와대를 도발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철희 정무수석을 통해 윤 후보에게 축하난을 보내는 선에서 최소한의 예우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심상정 후보, 안철수 후보를 포함한 야당 대선후보들에게 '동시에' 난을 보내 축하 의미를 축소하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과 윤 후보가 내년 3월 대선 전에 얼굴을 맞댈 가능성은 희박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윤 후보가 요청하면 만남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정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