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7일(현지시간) 새벽 무인기(드론)를 이용해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총리를 암살하려는 시도가 발생했다. 다만 알카드히미 총리는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누구의 소행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지난달 총선 결과에 불만을 품은 친(親)이란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PMF) 지지 세력의 반발이 격화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사건으로 가뜩이나 불안한 이라크 정세는 더욱 극심한 혼돈으로 빠져들 공산이 커졌다.
이날 AP통신은 이라크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폭발물을 실은 드론 두 대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총리 관저를 공격했다”며 “총리는 다치지 않았으나 경호원 7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총리 관저는 외교 공관과 이라크 정부 청사 등이 밀집한 특별경계 구역(그린존)에 위치해 있다. 바그다드 주민들은 그린존 지역에서 격렬한 총성이 들리더니 곧이어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왔다고 AP에 전했다. 이라크 정부는 “무인기가 그린존 내 총리 관저를 타격하려 했으나 실패로 끝났다”며 “보안군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저 피격 직후 알카드히미 총리는 트위터에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잘 있다. 신께 감사하다. 이라크 국민들도 침착하길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이후 TV방송에도 출연해 “비열한 로켓과 무인기 공격은 조국도, 미래도 건설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공격 배후를 자처하는 조직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린존 외곽에서 정부 보안군과 PMF 연계 정파 지지 시위대 간 대치가 한 달째 이어지며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는 점에 비춰 예사롭지 않다. 지난달 10일 총선에서 친이란 정파가 기존의 보유 의석 3분의 2를 잃자, 지지자들은 재검표 요구와 함께 농성을 해 왔다.
5일에는 시위대가 그린존 진입을 시도하던 중, 보안군과 무력 충돌을 빚어 시위자 1명이 숨지고 보안군 수십 명이 다치기도 했다. 양측 간 총격전도 벌어졌다. 알카드히미 총리는 발포 금지 명령을 어긴 사람을 찾아내라며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6일 사망자 장례식에서 PMF 지도자들은 “순교자들의 피가 알카드히미 총리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며 보복을 시사했다.
PMF와 친이란 정치 조직은 과거 이라크 정보부 수장을 지낸 알카드히미 총리를 친미 인사로 여겨 배척하고 있다. 이라크 동맹국 간, 미국과 이란 간 균형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는 이유다. 그는 총선 직전에도 역내 긴장 완화를 위해 갈등 관계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회담을 수차례 주선했다.
미국은 이번 사건을 “명백한 테러”로 규정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총리가 해를 입지 않아 다행이다. 우리는 이라크 정부의 심장부를 겨냥한 이 명백한 테러 행위를 규탄한다. 이라크 보안군과 긴밀히 연락하며 사건 조사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10월 총선은 2019년 10월 시작된 반부패 시위대의 요구에 따라 애초 예정된 2022년 5월보다 반년가량 앞당겨 실시됐는데, 미국과 이란 모두를 거부하는 반외세 성향 알사이룬 정파가 전체 329석 중 최다인 73석을 확보했다. AP는 “부정 선거를 주장하는 친이란 시위대로 인해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고 폭력 사태로 번지면 이라크의 안정이 위협당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