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윤석열, 정의롭고 강인"... '양극화'로 3번째 '킹메이커' 노린다

입력
2021.11.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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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 맡을 듯
'양극화' 내세워 세 번째 '킹메이커' 등판 
"윤석열, 추진력·정의감 갖췄다" 고 평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세 번째 '킹메이커'로 나설 채비를 마쳤다. 일찌감치 윤석열 후보를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점찍은 데다 '정치 신인' 윤 후보의 국정능력과 용인술에 물음표가 붙는 상황은 김 전 위원장의 대선 무대 복귀를 재촉하고 있다. 이번 대선의 화두를 '양극화'로 제시한 그는, 이를 윤 후보의 대표 공약으로 내세워 이슈 선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 '윤석열 선대위' 전권 맡을 듯

김 전 위원장은 이달 내 꾸려지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7일 "인적 구성 재정비 등 전제조건이 달려 있지만 김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을 맡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 대선캠프 관계자도 "최종 후보가 되면 김 전 위원장이 윤 후보를 돕는 것으로 이전부터 얘기가 오갔다"며 "선대위 전반을 지휘하는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지 않겠나 싶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에 합류한다면 '원톱'으로서 정책·메시지·인선 등에 있어 사실상 전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2012년 18대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박근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 2016년 20대 총선에선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로서 민주당을 원내 1당으로 만들어 총선 승리를 이끌었다. 그가 민주당으로 옮긴 배경엔 당시 문재인 대표의 삼고초려가 있었다. 20대 총선 승리는 이듬해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당선 기반이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정치 경험이 일천한 윤 후보로서는 화려한 이력의 선거 전략가의 도움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김종인 "윤석열, 추진력·정의감 강하다"

김 전 위원장의 윤 후보 지원은 예고된 바다. 그는 대선후보 경선이 막바지로 접어들던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일반 국민이 생각할 때 내년 대선은 이재명과 윤석열의 대결"이라고 단언했다. 윤 후보는 당시 '전두환 옹호' 발언 및 '개 사과' 사진 논란의 후폭풍을 겪고 있었지만, 김 전 위원장은 "지금 나타나는 현상은 후보 결정에 별다른 영향을 못 미친다"고 내다봤다.

김 전 위원장이 생각하는 윤 후보의 본선 경쟁력은 '정의감'이었다. 윤 후보가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살아있는 권력'과 대치한 것에 대해 "굉장히 강인하고, 추진력이 있다"며 "직접 만나 질문을 던져보면 정의감이 강하다"고 평했다. 윤 후보가 지난 5일 수락연설을 통해 강조한 것도 '공정'과 '정의'였다.

'정치 신인'이라는 점을 특히 높이 평가했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들은 기존 여의도 정치, 구(舊) 정치를 극복하기를 바란다"며 "윤 후보가 기득권 세력과 연결되지 않았다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윤 후보가 잇단 구설로 지지율 하락을 자초한다는 지적에는 "너무 순진해서 그런 것"이라고 옹호했다.

김 전 위원장은 올해 1월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후보에게 "별의 순간이 왔다"며 높이 평가했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의 초기 행보에 대해 "대선후보가 감독과 배우 역할을 다 하려고 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고 입당 시기를 두고 이견이 불거지며 양측 간 갈등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김 전 위원장이 '윤석열 선대위'에 결합한다면, 김 전 위원장은 '감독' 역할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정권교체 여론만으로 안 돼"

사실상 등판 준비를 마친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어떻게 볼까. 그는 "정권교체 여론이 높지만, 그것만으로 정권교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대신 "높은 정권교체 여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야당의 대선 전략이 돼야 한다"고 했다.

집권여당의 이재명 후보에 대해선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해야 하는데, 대장동 의혹이 터지는 바람에 계기를 잃어버렸다"고 했다. 이어 "국정감사에서 떳떳하다고 주장했지만, 일반국민 60% 이상이 이 후보에게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이 줄곧 강조해온 경제민주화를 윤 후보를 통해 구현할지도 관심사다. 그는 '양극화'를 이번 대선의 키워드로 제시했다. "지난 20년 동안 말로만 양극화를 얘기했지, 실제 격차가 줄어든 게 아니라 더 벌어졌다"면서다. 그는 "코로나19로 자영업자, 소상공인 피해 등 경제가 황폐해졌다"며 "이를 제대로 치유하지 않으면 사회가 안정될 수 없는데, 이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 여야를 통틀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손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