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공항 ‘철조망 아기'를 찾습니다"...미군에 건넨 아기 찾는 아프간 부모

입력
2021.11.06 16:08
탈레반 아프간 장악 당시 카불 공항에서 미군에 넘겨줘
부모는 카타르, 독일 거쳐 텍사스주 난민촌에 정착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지난 8월 카불 공항에서 철조망 건너편에 있는 미군에게 아기를 넘겼던 부모가 아기를 애타게 찾고 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알리 아마디(35)씨 부부는 지난 8월 19일 카불 공항에서 미군에게 넘겨준 생후 2개월 된 아들 소하일 아마디를 찾는 안내문과 아기 사진을 최근 온라인에 게재했다.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 경비로 일한 그는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자 아내와 함께 다른 자녀들과 소하일을 데리고 카불 공항으로 달려갔다.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려 자녀가 위험해질 것을 우려해 이들 부부는 철조망 너머에서 도움이 필요한지 묻는 미군에게 다급히 아기를 넘겨줬다.

아마디는 “불과 5m 앞이라서 곧바로 아기를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건넸는데, 갑자기 탈레반이 피난민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반대편 입구를 찾아서 공항에 들어갈 때까지 30분이 넘게 걸렸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아마디는 카불 공항에 들어간 뒤 필사적으로 소하일을 찾았지만 아무도 소식을 알지 못했다.

결국 아마디 부부와 나머지 자녀들은 소하일을 찾지 못한 채 카타르, 독일 등을 거쳐 미국 텍사스주의 난민촌에 도착했다. 이들 부부는 미국 관리들과 구호요원 등 만나는 사람마다 “최선을 다해 소하일을 찾아보겠다”고 했지만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다고 호소했다.

미 당국은 소하일의 신상정보를 고속도로 전광판 등에 나타내는 ‘앰버 경보(실종아동 경보)’를 발령했다. 한편 소하일과 같은 날 카불 공항 철조망 너머로 넘겨진 생후 16일 된 아기 리야는 현재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친척 집에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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