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반대 더 많지만...조금씩 높아지는 이명박 박근혜 '사면 찬성' 여론

입력
2021.11.05 15:30
한국갤럽 조사, 사면 찬성 44%-반대 48%
1월 조사보다 찬성 여론 늘고 반대 여론 감소
50대 찬성으로 돌아서, 중도층도 찬반 격차 줄어
"국민의힘 주자들 공론화, 노태우 재조명 영향"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찬반 여론이 엇비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사면해야 한다'는 44%, '사면해선 안 된다'는 48%로 찬반 여론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1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전직 대통령 사면 관련 언급을 한 직후 실시된 조사와 비교하면, 사면 반대 여론은 54%에서 48%로 6%포인트 빠졌고, 찬성 여론은 37%에서 44%로 7%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당시 질문에는 '현 정부에서'라는 단서가 달렸고, 이번엔 그런 조건 없이 물었다는 차이가 있다. 한국갤럽은 그럼에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여론의 변화가 생긴 데 대해 ①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공약을 내세운 점 ②최근 별세한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공과(功過)가 재조명된 점을 배경으로 꼽으며 의미를 부여했다.



사면 찬성으로 돌아선 50대, 중도도 찬반 격차 줄어

5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찬성 여론은 44%, 반대 여론은 48%였다. 8%는 의견을 유보했다.

지역별로는 TK(대구·경북), PK(부산·울산·경남)만 사면 찬성 여론이 더 높았고, 수도권을 포함한 나머지 지역에선 사면 반대 의견이 컸다.

연령별로 보면 20대 69%, 30대 71%, 40대 61% 등 40대 이하에서 반대가 우세했다. 50대 이상에선 찬성 여론이 과반을 차지했는데 50대 57%, 60대 이상 72%였다.

특히 50대에서 사면 찬반 여론이 뒤바뀌며 이번 조사의 변곡점이 됐다. 1월 조사에선 찬성 37%, 반대 54%로 반대 여론이 높았지만, 이번 조사에선 찬성 57%, 반대 37%로 찬성이 절반을 넘으며 돌아선 모습이다.



40대도 추세만 놓고 보면 사면해야 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40대 찬성 여론은 32%로 1월 조사(20%)보다 12%포인트 늘고, 반대 여론(61%)은 1월 조사(72%)보다 11%포인트 줄어들었다.

지지 정당별, 이념 성향별로 사면 찬성과 반대는 극명하게 갈렸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77%가, 보수층의 64%가 사면에 찬성했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선 75%, 진보층의 71%가 사면에 반대했다.

다만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과 중도층에서는 사면 찬반 여론이 엇갈렸다.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의 경우 사면 찬성(25%)보다 반대(56%)가 많았다. 1월 조사 찬성 의견이 38%, 반대 50%였던 것과 비교하면 찬성은 줄었고, 반대는 커진 수치다. 반면 중도층에서는 1월 조사보다 찬성이 33%에서 42%로 9%포인트 늘었고, 반대는 58%에서 50%로 8%포인트 줄어들며 찬반 격차 역시 좁혀졌다.



왜 높아졌나…국민의힘 주자들 사면 공론화, 노태우 효과(?)

1월보다 사면 찬성 여론이 높아진 배경을 두고 갤럽은 ①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이 공약으로 제시하며 '사면 여론 공론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 ②노태우 전 대통령 별세를 계기로 역대 대통령의 공과(功過)가 재조명된 점을 꼽았다.

실제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보수 성향과 국민의힘 지지층에 어필하기 위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공약을 경쟁하듯 제시했다. 홍준표 의원은 "대통령이 돼 특별사면권을 갖는 즉시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겠다"고 공약했고, 유승민 전 의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며 "만약 현 정부에서 사면하지 않는다면, 임기 초에 국민에게 솔직하게 설명하고 사면을 하면서 정치보복(문제)에 대한 생각을 밝힐 것"이라며 사면에 의지를 드러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역시 6월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자리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요구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한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윤 전 총장은 "현직 대통령이 판단해야 할 문제로, 법을 적용하는 문제가 아니고 국민의 민심을 살펴 정치적으로 결단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각각) 연세도 있고 또 여자분인 두 전직 대통령의 장기구금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국민이 많이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저 역시 그런 국민들의 생각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고 사면 찬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번 조사는 전 국민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표본을 무작위 추출해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강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