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선진국 기후 적응 비용 10배 이상 늘려야”

입력
2021.11.05 18:00
가뭄, 홍수, 폭염 등 기후변화에 따른 적응 비용 
"2050년 기후 적응 비용 연간 5,000억 달러"
최빈국그룹 "46개국 10억 명 생존 달려 있어"

기후위기에 취약한 가난한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선진국의 ‘기후 적응 비용’을 10배 이상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탈(脫)석탄,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등 기후변화 대응 노력도 중요하지만 가뭄과 홍수 등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조치도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4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발표한 ‘2021년 적응 격차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개발도상국의 기후 적응 비용이 연간 5,000억 달러(약 59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의 기후 적응 비용 지출은 약 460억 달러(약 54조 원)에 불과하다.

기후 적응 비용은 가뭄과 홍수, 산불 폭염 등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비용을 말한다. 예컨대 홍수에 대비하기 위한 방어시설을 건설하거나 극심한 가뭄에 대비하기 위한 농업 시스템을 개선하고, 폭풍에 대비한 조기 경보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한 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다.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은 “기후변화 완화 정책도 중요하지만 기후변화 적응 정책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저소득 국가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극히 적음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는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당시 빈곤국의 기후변화 적응 지원액을 2020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약 118조 원)로 늘리기로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은 별도로 지난 1일 ‘회복ㆍ적응을 위한 대통령 긴급 계획(PREPARE)’을 발족해 2024년까지 매년 30억 달러(약 3조5,000억 원)를 기후변화 대응에 취약한 국가를 지원하기로 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 적응 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헨리 뉴펠트 UNEP 선임연구원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당장 오늘 중단하더라도 기후위기는 계속될 것"이라며 "기후변화에 취약한 빈곤국들이 적응할 수 있는 지원책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COP26에 참석한 최빈국그룹(LDCs)의 소남 왕디 의장은 “인구 10억 명을 대표하는 최빈국 46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의 1% 미만에 불과하다”며 “하지만 기후변화의 피해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우리의 삶이 글래스고에서 도출되는 합의에 달려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강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