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사고의 원죄는 유선통신 홀대

입력
2021.11.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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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5일 1시간 넘게 인터넷과 휴대폰, 유선전화 등이 불통된 KT 통신망 사고는 정부 조사결과 관리소홀이라는 인재로 결론 났다. 그러나 이 사고의 배경을 냉정히 들여다보면 단순 일회성 관리소홀이 아닌 근원적 문제에 부딪힌다. 과연 KT의 유무선 통합이 옳았느냐는 물음이다.

KT는 지난 2009년 전화와 인터넷 등 유선통신 사업을 하던 KT와 이동통신 자회사 KTF를 하나로 합쳤다. 당시 성장성이 떨어지는 KT의 유선통신 사업을 KTF의 유망한 3세대 이동통신과 결합해 회사 전체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전략으로 통합을 단행했다.

이렇게 되면 회사 전체의 수익성은 좋아질 수 있으나 유선통신의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아무래도 수익이 많이 나는 이동통신 위주로 투자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당연한 결과다. 수익을 내서 주가를 높여 주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 수익이 나지 않은 사업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유선통신 관련 인력을 줄이고 외부업체에 작업을 맡기다 보니 결국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KT는 다르게 봐야 한다. 공중전화, 재난통신망 등 수익이 나지 않지만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보편적 역무를 제공하는 KT의 국가기간통신망은 유선통신 사업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다. 이런 국가기간통신망은 쉽게 만들기 어렵다.

통신 3사 가운데 전국 구석구석까지 유선통신망을 갖고 있는 것은 KT뿐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유선통신망을 갖고 있지만 KT에 미치지 못한다. 이동통신도 개인이 쓰는 휴대폰과 기지국은 무선으로 연결되지만 통신업체와 각 기지국끼리는 유선으로 이어져 있다.

비화에 따르면, KT가 국내에서 가장 먼저 3세대 이동통신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일본 이동통신업체 NTT도코모가 전국 유선통신망을 갖고 있던 KT에 1조 원을 투자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국가 간 이동통신 연결이 필요했던 NTT도코모는 KT에 지분투자 형태로 1조 원을 투입하여 주주가 됐고, KT는 여기에 5,000억 원을 더해 1조5,000억 원을 들여 전국에 이동통신 기지국을 설치했다.

KT가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선통신망에 대한 투자와 관리를 소홀히 하면 이번 KT 사고와 2019년 서울 아현국사 화재 사건처럼 유무선통신 가릴 것 없이 많은 피해를 유발하는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 그렇다고 민간업체인 KT에 수익이 나든 말든 무조건 투자하라며 무한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중전화 등 보편적 역무와 유사시를 대비한 국가지도통신망의 경우 정부가 예산 지원을 하지만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KT를 지주사 체제로 바꾸고 유무선통신 회사를 분리해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수익성에만 초점을 맞춰 유선통신 축소로 이어지는 지주사 전환이라면 국가 통신 대계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경우에도 생존해야 하는 국가기간통신망을 위해 바람직한 KT의 유선통신망 운영을 정부차원에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통신망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어서 안정적인 국가기간통신망 운영이 필수다.

그러나 이익을 내야 하는 KT 경영진은 뚜렷한 대안을 내놓는 데 한계가 있다. KT에만 개선책을 내놓으라고 할 것이 아니라 국가적 어젠다로 보고 정부와 업계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 마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문가들과 전담팀을 만들어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방안’을 마련하겠다니 이를 확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연진 IT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