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러브콜 줄줄이...대구 도시철도, 수출 청신호

입력
2021.11.06 10:00
홍승활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
대구지하철 방역·해외 진출 성공


"코로나라는 긴 동면에서 깨어나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중순, 직원 10명이 싱가포르에 간 이야기를 하는 홍승활(66)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의 목소리에 설렘이 가득했다. 그는 "싱가포르의 간곡한 요청으로 '위드 코로나'도 시작하기 전 직원을 파견했다"며 "대구지하철 시스템을 해외에 이식하는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고부가 사업으로 경영정상화 넘어 해외 진출까지

대구도시철도공사는 2018년 7월 싱가포르 센토사 개발공사와 센토사 익스프레스(모노레일) 점검 및 관리 계약을 맺고, 2019년 3월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싱가포르 본섬과 센토사섬을 오가는 모노레일의 점검과 운영을 대구도시철도공사가 따낸 것이다.

해외 진출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차곡차곡 기술을 쌓았다. 그 결과 전동차 관련 연구개발로 90여건의 지식재산권과 기술특허 사용으로 10억원 이상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특히 전동차 중정비를 포함한 O&M(운영 및 유지보수)분야는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2,000억원 이상의 사업성을 낼 수 있다.

홍 사장은 "도시철도공사의 본 역할의 매출도 중요하지만 적자 상황이 올 것에 대비해 2019년부터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면서 "기술특허 등 관련 사업이 코로나 사태와 맞아 떨어져 경영정상화를 넘어 해외 진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년간 대중교통이 위험한 지역이었지만 도시철도는 가장 안전한 곳으로 인식됐다"며 "위드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시점인 만큼 해외 사업을 비롯해 그간 중단됐던 여러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확진자 발생 0명...방역 긴장 놓지 않는다”

대구도시철도는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인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우연이 아니었다. 철저하게 대처한 결과였다.

지난해 2월18일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나오자, 대구도시철도공사는 다음날 바로 상황실을 꾸렸다. 상황실은 사장의 지시나 결재 없이도 곧바로 계획을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24시간 대구시와 긴밀히 협조하며 방역을 이어갔다. 하루 40만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에 확진자가 나온다면 그 파장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었다.

종합관제센터 174명을 특별 관리한 것도 주효했다. 이들은 열차 운행의 종합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다. 직원 한 명이 감염돼도 바로 운행을 멈춰야 한다. 이들의 동선을 일반 직원과 분리하고 엘리베이터도 따로 이용하도록 했다. 얼마 후 콜센터마다 집단 감염 사태로 난리가 났지만,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 홍승활 사장의 선견지명은 큰 호응을 얻었다.

홍 사장은 공익요원 373명을 과감히 재택근무로 돌렸다. 3호선 운행관리원(기관사)과 승객 칸에 칸막이를 설치하고, 객차 순회도 없앴다. 확진자 동선이 발표되면 즉시 역사와 전동차를 소독했다.

승객들이 다니는 동선에도 촘촘한 방역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하철 입구에 소독 발판과 손 소독기를 배치했고, 손잡이, 버튼 등을 수시로 닦았다. 회수된 승차권은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소독기에 넣어 소독했다. 열차 소독도 2개월마다 한 차례 하던 것을 매주 1회로 대폭 늘렸다.

공항 이용자가 많이 이용하는 아양교역, 동대구역과 환승역인 반월당역과 명덕역 등은 특별 관리에 들어갔다. 매일 역사를 닦고 손잡이와 의자, 기둥 등을 소독했다.

홍승활 사장은 "코로나가 끝나는 날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며 "국내와 해외 어디에서나 성과를 내 대구는 물론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워하는 공기업으로 우뚝 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싱가포르 진출 성공에 이어 내년에는 두바이, 베트남으로 시장개척을 준비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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