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와 기후변화

입력
2021.11.04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물류대란으로 이어질까 우려되는 요소수 품귀 현상은, 따지고 들어가면 중국·호주 간 갈등에서 비롯됐다. 중국이 호주로부터 석탄 수입을 끊으면서 석탄에서 추출하는 요소가 부족해졌고 요소 수출을 제한했다. 요소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해 오는 우리나라는 요소수를 만들 수 없게 됐고 이를 촉매로 쓰는 경유 화물차가 운행을 못 할 판이다. 두 나라 사이에서 벌어진 싸움으로 우리나라에서 공장이 멈추거나 새벽배송이 끊기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 양국의 갈등은 알다시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8년 호주가 중국 화웨이의 5세대 이동통신 참여를 제한하면서 표면화했다. 중국은 2019년 무역 보복을 본격화했다. 석탄뿐 아니라 보리, 쇠고기, 바닷가재, 와인 등 호주의 주요 수출품에 대해 고율 관세를 매기거나 수입을 제한하는 금수조치를 폈다. 전체 수출액의 43%가 대중(對中) 수출인 호주로서는 농어민 피해가 막심했다. 호주는 굴하지 않고 미국과의 오커스(AUKUS) 동맹에 참여, 미·중 패권 다툼의 복판에 뛰어들었다.

□ 국제 갈등이 정리되기를 기원하거나, 수입선 다변화·국산화를 주장하는 것 말고 딱히 해법이 없는데, 이런 말도 허망하다. 국가들이 긴밀하게 연결돼 분업화한 21세기 세계 경제 구조를 탈피하지 않는 한 또 일어날 일이기 때문이다. 어떤 조치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중국의 무역 보복은 단순히 호주에 손해라 여겨지지 않는다. 중국 내 산업의 발목을 잡거나 대체품을 수출하는 미국에 득이 되기도 했고 우리나라 같은 제3국에 불똥을 튀기기도 한다.

□ 경제는 세계화하는데 정치는 국경으로 나뉘어 패권 다툼을 벌이는 지구촌 현실은 점점 더 중요한 인류의 과제가 될 것이다. 금융감독권 없이 통화를 단일화한 유럽연합(EU)의 실험은 유로존 재정위기로 그 위험성을 드러냈었다. 앞으로 닥칠 치명적인 위기는 기후변화 대응 실패일 것이다. 지난달 31일 개막된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6)는 여전히 탄소 감축이 자국 이익보다 뒷전에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다음엔 인류 전체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김희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