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독무대'가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과 함께 끝난다. 이 후보는 지난달 10일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뒤 한 달 가까이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따놓은 점수는 그리 많지 않다. 지지율에 경고등까지 켜졌다. 경선 후폭풍으로 컨벤션 효과(대형 정치 이벤트 이후 지지율이 오르는 현상)를 누리지 못한 데다, 대장동 의혹에 대한 정면돌파 승부수가 유효타로 이어지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박스권에 갇혀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3일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지지율이 오히려 하락세를 그렸다. NBS 조사의 가상 다자대결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국민의힘 후보로 상정하면 이 후보의 지지율은 30%, 윤 전 총장은 35%로 조사됐다. 홍준표 의원을 국민의힘 후보로 올리면 이 후보는 27%, 홍 의원은 35%의 지지를 얻는 것으로 집계됐다. 격차가 오차범위(±3.1%) 밖으로 벌어진 것이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 지지율은 지난주 같은 조사보다 각각 7%포인트, 6%포인트 오른 반면 이 후보 지지율은 최대 7%포인트까지 떨어진 결과다.
이 후보로선 비상이다. 국민의힘 경선이 크게 흥행하면서 누가 후보가 돼도 컨벤션 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커졌다. 선거 구도도 이 후보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정권재창출을 바라는 민심보다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여론이 우세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NBS조사에선 '국정안정을 위해 여당 대선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응답이 34%, '정권심판을 위해 야당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응답은 54%로, 격차가 20%포인트에 달했다.
이 후보 지지율 정체의 첫째 배경은 상처를 남긴 경선이다. 경선 종료 후 이낙연 전 대표와 화해 제스처를 취하고 '용광로 선대위'가 출범시키는 데 23일이나 걸렸다. 이 후보가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것은 대형 이벤트였지만, 공교롭게 같은 날 노태우 전 대통령이 별세해 주목도가 떨어졌다.
대장동 의혹 정면돌파도 그다지 먹히지 않았다. 이 후보는 경기지사 사퇴까지 미루고 지난달 경기도 국정감사에 출석해 대장동 의혹을 직접 방어했다. 대장동과 결합 개발되는 경기 성남시 제1공단 근린공원을 찾아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 등 고강도 부동산 대책도 쏟아냈지만, 민심의 반응은 뜨겁지 않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장동 논란 이후 문 대통령과 이 후보, 민주당 지지율의 트리플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 후보의 지지기반까지 축소될 정도로 위기"라고 했다.
위기 돌파가 특기라는 이 후보는 이번에도 정면 승부를 택할 전망이다. '이재명표 정책'을 대선 전에 현실화시켜 '추진력과 능력'을 거듭 각인시키겠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전 국민 추가 지급 같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등 대형 이슈를 줄줄이 던져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이 이 후보의 의도된 전략이라는 얘기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국민의힘도 대선후보 선출 이후 어느 정도 후유증 수습이 필요할 것"이라며 "그동안 우리는 포지티브 방식의 정책으로 치고 나가겠다"고 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NBS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