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는 불평등을 야기한다. 산업혁명 이후 도시를 중심으로 경제 발전이 가속화하면서 공해는 도시에서 시골로, 부유한 지역에서 가난한 지역으로,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옮겨갔다. 공해의 역사에서 지배와 배제, 위계와 불평등을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프랑수아 자리주 프랑스 부르고뉴대 조르주슈브리에 연구소 현대사 조교수와 토마 르 루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역사연구소장이 함께 쓴 '지구 오염의 역사'는 18세기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약 300년에 걸쳐 발생한 세계 오염의 역사를 이 같은 관점에서 조명한다. 공해를 외면한 채 경제발전의 달콤한 과실을 독차지했던 원조 기후악당 서구 유럽과 미국을 집중적으로 살핀다.
저자들은 단순히 경제 발전과 사회 변화의 궤적을 따라 오염의 역사를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해 유발의 주인공들인 산업가와 정부 당국, 과학자, 정치가, 인문학자, 생태 운동가, 어부와 농부, 노동자가 어떤 방식으로 연대·공모·대립·타협하면서 오염의 역사를 만들어냈는지 추적하며 사회적 권력 관계에 주목한다. 오염의 역사를 사회·정치·경제·과학의 역사와 연결해 현재의 환경 문제를 보다 넓고 깊숙이 통찰할 수 있도록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