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정책 유연화를 공표했던 베트남이 한 달도 안 돼 위기에 봉착했다. 백신 접종에 소외된 지방의 주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이동하면서 전염병이 재창궐하기 시작한 것이다. 베트남 당국은 황급히 방역 수위를 상향 조정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안정적 백신 확보 없이는 위기가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4일 베트남 보건부에 따르면, 전날 베트남의 일일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6,175명에 달했다. 지난달 1일 이후 33일 만에 다시 6,000명대에 진입한 것으로, 정부의결 128호를 통해 '위드 코로나'(일상회복) 정책을 발동한 같은 달 11일 기준으로는 24일 만의 위기다. 실제로 베트남은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12일 2,939명을 기록했을 뿐, 이후 확진자가 계속 증가해 이번 달에는 모두 5,000명 이상을 기록했다.
감염 지역도 불어나고 있다. 호찌민 등 남부 산업도시에서 일일 9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는 가운데, 메콩 삼각주가 있는 안장성(312명), 이달 말 국제관광을 재개할 푸꾸옥섬이 있는 끼엔장성(374명)도 위험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북부 역시 하노이(76명)에서 두 달 만에 70명 이상의 감염자가 나왔으며, 한국기업이 밀집한 빈푹(70명)ㆍ푸토(50)ㆍ박닌(48명)성도 지역 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재확산세는 백신 공급ㆍ접종의 지역 불균형이 배경이다. 그동안 베트남 정부는 산업시설이 밀집한 호찌민과 하노이 등에 백신을 집중 투입, 18세 이상 성인의 백신 1차 접종률을 95%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같은 기간, 중부 응예안성(접종률 22.8%) 등 지방은 우선 순위에서 밀리면서 백신이 닿지 못했다. 감염세가 약화하면 일자리를 찾아 지방 주민들이 대도시로 몰릴 것을 예측하지 못한 채 미봉책으로 버텼다는 얘기다.
베트남 당국은 다시 방역 수위를 올리는 분위기다. 전날 하노이 인민위원회는 시를 1단계 '안전'에서 2단계 '저위험'으로 상향 조정, 조만간 오후 9시 이후 식당 영업을 금지시킬 예정이다. 북부 산업도시 역시 지역 간 이동허가증 검사 재개 등 강화된 방역안을 검토 중이다. 박닌성의 한국 기업인은 "예고 없이 갑자기 이동제한령을 발동하는 베트남 행정을 이미 경험해서 이번에는 미리 대비를 하고 있다"며 "하루 빨리 베트남 전역에 백신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이날 베트남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29만 회분을 추가 지원했다. 한국은 첫 해외 백신 공여국으로 베트남을 선택, 지난달 12일 110만 회분을 보낸 바 있다. 한국이 베트남에 보낸 백신은 미처 접종을 하지 못한 현지 교민들에게도 공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