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에 협조한 병원을 대상으로 지급한 보조금이 엉뚱한 곳에 빠져나가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지원 취지와 달리 곳곳에서 구멍이 드러난 것이다. 코로나19 환자 수 대비 병원 간 보조금 격차가 지나치게 커 일부 시설은 환자 1명당 6억 원을 받은 곳도 있었다.
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재무성은 지난달 ‘재정 제도 등 심의회’ 측에 2020년도(2020년 4월~2021년 3월) 코로나19 협조 병원 보조금 자료를 제출했다. 자료에 따르면 환자를 받은 국립병원 94곳에 지급된 보조금은 총 947억 엔(약 9,800억 원)이었다. 이 중 세 병원은 9억4,000만~14억8,000만 엔(97억~153억 원)을 받은 반면 환자 수는 25~36명에 그쳐 환자 1인당 보조금이 무려 2,610만~5,916만 엔(2억7,020만~6억1,250만 원)에 달했다. 전체 병원의 1인당 평균 보조금은 944만 엔(9,700만 원)인데 이들 병원은 평균에 비해 훨씬 많은 액수를 받은 것이다.
코로나19 환자를 받을 경우, 의료진은 방호복을 입고 에크모(ECMO·인공심폐장치) 등 별도의 장비나 시설을 구비해야 한다. 다른 환자가 감염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투입해야 할 자원은 많은 반면 일반 환자가 크게 줄어 이중의 어려움을 겪는다. 이 때문에 많은 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 받기를 꺼렸고, 일본 정부는 병상 확보를 위해 코로나19 병상 한 개당 최대 1,950만 엔, 의료기관 평균 10억1,000만 엔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덕분에 민간병원을 포함해 전국 1,290개 의료기관의 2020년도 재무상황은 평균 6억6,000만 엔의 흑자를 기록, 전년도(2,000만 엔 적자)보다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조금 덕분에 적자에서 흑자로 바뀐 것이다. 다만 일반 진료가 크게 줄어 보조금이 없었다면 평균 3억5,000만 엔의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보조금의 필요성은 증명됐지만, 보조금을 받고도 환자를 별로 받지 않은 병원도 있는 만큼 보조금이 병상 확보로 직결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셈이다. 심의회 분과회의 마쓰다 히로야 회장대리는 기자회견에서 “보조금이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것과 연결되는지, 보조금 경로를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