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인터뷰] 진서연이 '원 더 우먼'을 위해 덜어낸 것

입력
2021.11.08 09:11

배우 진서연은 언제나 준비된 연기자다. 스스로가 꼽은 장점도 '준비성'이다. '원 더 우먼' 속 메인 빌런이지만 주연 이하늬의 톤과 무드를 고려해 표현을 덜어내고 설정만으로 극에 녹아들었다. 진서연의 준비성과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가 그녀의 재발견을 이끌어냈다.

SBS 금토드라마 '원 더 우먼'은 비리 검사에서 하루아침에 재벌 상속녀로 인생 체인지가 된 후 빌런 재벌가에 입성한 여검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진서연은 국중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늘 후계구도에서 밀려나 있었던 한주그룹 장녀 한성혜로 분해 시청자들을 만났다. 한성혜는 조연주(이하늬) 할머니 뺑소니 사건은 물론, 한승욱(이상윤)의 아버지를 죽게 한 진범으로 야망에 가득찬 인물이다.

'원 더 우먼'의 흥행은 이하늬 덕분

먼저 여름부터 가을까지 촬영을 마친 소감으로 진서연은 "즐겁게 촬영했다. 너무 행복했다. 촬영장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매주 시청률을 확인하고 큰 힘을 얻었다. 또 이하늬의 몫이 엄청 컸다. 이하늬가 일당백을 해준 것에 고맙고 감사하다. 이하늬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면서 함께 호흡한 이하늬에게 공을 돌렸다.

극 중 최종 빌런인 한성혜는 통상적인 악역들과 다르다. 염세적이면서도 차분하다. 절대 자신의 야망을 표출하지 않고 우아한 태도로 장애물들을 정리한다. 진서연은 평소 캐릭터를 위해 레퍼런스를 많이 준비하는 편이지만 이번만큼은 캐릭터의 설정으로만 연기했다. 한성혜가 갖고 있는 전사로만 표현해도 충분할 것 같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주인공인 조연주의 서사가 풍성하기 때문에 진서연은 자신을 더 내려놓고 과하지 않게 극에 녹아들었다. 그는 "하늬와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시너지 효과가 좋았다면 감사한 일이다. 하늬의 캐릭터가 굉장히 하이텐션이다. 다이내믹한 모습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저는 차분하고 우아한 캐릭터로 대비해야 했다"면서 정제된 연기 톤의 배경을 전했다.


기존 센 캐릭터 이미지 벗고자 '원 더 우먼' 선택

작품을 위해 진서연은 스스로를 더욱 낮추고 덜어냈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진서연의 새로운 발견으로 남았다. 빌런이 의도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좋았다는 진서연은 "기존에 센 캐릭터를 많이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센 캐릭터를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었다. 실제로 1차원적으로 드러나는 캐릭터 제안이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원 더 우먼' 대본 속 한성혜는 현실적이었다. 오히려 안타깝고 짠했다. 대본을 읽으면서 빌런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느낀 바를 전했다.

진서연은 차분한 연기를 이어가며 즐거움을 느꼈다. 다만 빠르게 진행되는 현장 속도가 아쉬움으로 남았다. 극이 흘러갈수록 대본이 더디게 나왔고 치열하게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후문이다. 진서연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돌아보며 최선을 다했다. 전과 달리 절제하는 연기에 임했고 새로운 즐거움을 찾게 됐다.

'원 더 우먼', 여성의 야망 다룬 이야기

함께 호흡한 이하늬의 연기는 진서연에게 감동으로 남았다. 그는 "얼마나 준비를 해야 NG 없이 저렇게 대사를 술술 말할까. 하늬 씨는 NG도 잘 안 낸다. 씩씩하게 잘 하는 걸 보면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면서 "현장에서 후배들이 날것 같은 연기를 할 때 거침이 없다는 걸 느낀다. 마구잡이로 움직였을 때의 풋풋함도 굉장히 좋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느낀 바를 전했다.

그렇다면 진서연에게 '원 더 우먼'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 진서연은 그동안 여배우로서 느꼈던 대목을 짚으며 "여성이 할 수 있는 캐릭터 한계의 폭이 작았다. '원 더 우먼'은 여성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많이 나온다. 여성도 야망을 가질 수 있다. 야망을 위해 진취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알았으면 한다. 사회적으로 반향이 일어나면 좋겠다"면서 소신을 드러냈다.

영화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독전'은 진서연이 앞으로 걸어갈 길의 좋은 좌표가 됐다.

"저는 연기하면서 한 번도 굴곡이 없었어요. 영화 '독전' 이후 자신감을 많이 받게 됐어요. 칭찬과 사랑이 제게 큰 응원이 됐어요. 그 전에는 제가 저를 못 믿었거든요. '독전' 이후에는 사람들이 좋아해주니 내가 연기를 못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과 잘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이 쌓이게 됐어요.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죠."

진서연이 직접 뽑은 자신의 강점은 준비성이다. 그는 캐릭터에 몰입을 할 때 구체적으로 많은 준비를 한다. 캐릭터의 과거와 미래를 구상하고 다각도로 고민한다. 그래야만 연기를 할 때 본연의 캐릭터가 나오리라 믿기 때문이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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