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옛 여자친구 집 침입해 불 지른 40대 항소심서 형 가중

입력
2021.11.04 08:39


헤어진 여자친구 집 안에 몰래 들어가 불을 지른 40대가 항소심에서 더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형사3부(부장 정재오)는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기소된 A(41)씨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7월 26일 오전 2시 35분쯤 충남 아산시 한 아파트 뒤편 야외 주차장에 자신의 차량을 주차한 뒤 비상계단을 통해 헤어진 여자친구 B씨의 집에 갔다.

평소 알고 있던 현관문 비밀번호를 이용해 집 안으로 들어간 A씨는 방 침대에 불을 붙인 뒤 달아났다.

이 불로 입주민 100여명이 대피하고, 5,300만원 상당(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가 났다. 다행히 집 안에 아무도 없어 인명피해는 나지 않았다.

A씨는 집 안에 신발을 벗고 드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파트 폐쇄회로(CC)TV에는 A씨가 양말만 신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경찰은 방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용의자를 압축, 집 주인의 옛 남자친구인 A씨를 붙잡아 수사한 뒤 송치했고, 검찰은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다한증 때문에 차 안에서 신발을 벗고 있었는데 불이야 소리를 듣고 (신발을 신지 않은 채) 바로 나갔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하지만 새벽 시간대 피해자 집 주변에 차를 가져간 경위 등으로 미뤄볼 때 A씨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에 A씨와 검찰은 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고, 재판부는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족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신발을 벗고 내부로 진입해 방화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치밀한 계획에 따라 범행했고, 다른 입주민에게 큰 공포를 느끼게 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 형량이 가볍다는 검찰 주장에 이유가 있다"고 판결 사유를 설명했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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