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김부겸 재난지원금 충돌, 선심성 공약 탓

입력
2021.11.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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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선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이어 가상자산 과세 유예까지 추진해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다. 두 사안 모두 대선을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지만 정부 기조와 어긋나 당정 갈등이 표면화할 수 있다.

이재명 후보는 3일 첫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재난지원금의 추가 지급 문제도 적극 추진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꺼냈던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 당 차원에서 박차를 가해달라는 요청이다. 회의 후 당 대변인은 “대선 전에도 정부와 국회가 합의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군불을 지폈다. 하지만 김부겸 총리는 이날 오전 라디오 방송에서 “당장 재정은 여력이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막 뒤진다고 돈이 나오는 상황은 아니지 않나”라고도 말했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여당의 ‘대선 전 지급’에 동의하면 사실상 매표 행위를 지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가 그나마 상식을 갖고 선을 그은 셈이다.

민주당은 이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과세를 1년간 유예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거래 소득을 복권당첨금과 유사한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250만 원을 공제하고 그 이상에 대해 세율 20%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역시 그간 조세형평성 차원에서 과세 입장을 지지해오다가 불과 시행 2개월을 남겨두고 유예 카드를 불쑥 꺼낸 것이다. 가상화폐 투자 주축인 2030세대 표심을 의식해 염치없이 정책 뒤집기에 나선 셈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 이 같은 선심성 공약들이 더욱 난무할 게 뻔하다. 정부로선 선거 외풍에 휘둘리지 않고 원칙을 지키면서 현 정부 업무를 마무리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 여권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정책을 뒤집으면 선거 개입 논란에 휘말려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