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연합회 전 회장 횡령 징역 6개월… 입법 로비는 집행유예

입력
2021.11.03 18:00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통과시키려 모금
10만 원씩 걷어 수천만 원 쪼개기 후원
법원 "정치자금 투명성·입법 신뢰 훼손"

국회의원과 보좌관 등에게 입법로비 명목으로 불법 후원금 수천만 원을 건네고 단체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희 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한어총) 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문병찬)는 3일 김 전 회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선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김용희 전 회장은 2013~2014년 한어총 산하 국공립분과위원장과 2017~2018년 한어총 회장을 역임하면서 단체에 유리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어린이집 원장들로 구성된 분과위원들에게 국회의원 기부금 명목으로 10만 원씩 총 4,600여 만원을 모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사회를 열어 후원 요청 공문을 보내고, 분과별로 납부할 후원금액을 지정해 별도 계좌에 송금하도록 했다.

모금된 후원금은 어린이집 관련 법안을 소관하던 19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 5명의 후원 계좌로 총 2,560만 원이 보내졌다. 이후 보좌관 이메일과 면담 등을 통해 한어총 입장을 설명하고 후원 사실을 전하는 방식으로 단체 자금이란 것을 알린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은 김 전 회장이 한어총과 국공립분과위 자금을 관리하면서 2,400만 원 상당의 자금을 개인적 용도로 횡령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로 인정했다. 그는 단체 자금을 본인 계좌로 이체해 인테리어 대금과 변호사 수임료 등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정치활동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할 우려가 있어 정치자금법은 단체 자금 기부를 금지하고 있다"며 "피고인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지위를 이용해 분과위원들의 자유 의사를 침해하고, 정치자금의 투명성과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인 입법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단체 자금을 횡령해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횟수와 피해금액을 보면 죄질이 좋지 않으나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부행위가 실제 입법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고, 한어총 대표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경찰은 앞서 한어총 측으로부터 불법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 5명과 보좌관 등에 대해서도 내사를 진행해 입건 지휘를 요청했지만, 검찰에서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려되면서 내사 단계에서 종결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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