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은 민간사업자가 조 단위 수익을 창출하는 부동산 개발의 이면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 과정에 민관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 있었고, 공공의 탈을 쓴 토지수용과 분양가상한제 미적용으로 막대한 개발이익이 가능했다는 맹점을 드러냈다.
상식을 초월하는 개발이익을 방지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민관 합동 개발 때는 공공이 토지수용, 인허가 등 사업 진행 과정에서 가장 큰 리스크를 해결하기 때문에 민간의 과도한 개발이익을 환수해 서민 주거 안정 등 공적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국회에서는 이미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택지개발사업과 관련한 일부 과도한 민간이익에 대해 개발이익 환수 관련 제도들을 면밀히 점검해 개선할 부분을 짚어 보겠다"고 말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튿날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과도한 개발이익을 공적으로 환수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과도한 개발이익 환수에 대한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된 상황이다. 남은 건 민간의 개발이익을 어느 선에서 제한하느냐다.
3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은 공공이 참여한 도시개발사업 시 민간사업자의 수익 상한을 정하고, 조성된 토지는 공공택지로 간주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의무화하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개발이익 환수제도 개선안은 최근 국회에서 쏟아져 나온 '대장동 방지법'을 참고할 가능성이 크다. 개선안에는 여야가 이견이 없는 민간 수익 상한(이윤율)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도시개발법'에는 민관이 함께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민간의 수익 상한이 없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공공시행자 이외의 사업자 지분을 50% 미만으로 하고, 민간 이윤율을 총사업비의 10% 이내로 제한하는 도시개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앞서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도 공공시행자 외 사업자 지분 50% 미만, 민간 이윤율을 총사업비의 6% 이내로 한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간 이윤율을 제한하는 방향은 일치하는데, 디테일에서는 차이가 있다. 10%는 진성준 의원이 통계청 경제총조사 자료를 참고한 수치다. 부동산·임대업의 영업이익률은 2010년 조사 때 8.4%, 2015년에는 11%를 기록했다. 이헌승 의원이 제시한 6%는 신도시 개발 때 적용했던 택지개발촉진법의 민간수익 상한 규정을 따른 것이다.
민간의 개발부담금 부담률도 상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은 택지나 산업단지 등을 개발해 지가 상승분을 초과하는 이익을 거두면 그중 20~25%를 개발부담금으로 내게 한다. 이 법이 제정된 1989년에는 부담률이 개발이익의 50%에 달했지만 이후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 수준으로 낮아졌다.
진성준 의원은 다시 개발부담금 부담률을 50~60%로 높이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부담률을 45~50%로 상향하고 환수한 개발이익을 △서민의 주거 안정 △주거환경 개선 △공공시설 설치 등에 사용하는 '공공환원 원칙'을 추가한 개정안을 냈다.
또한 공공이 절반 이상 지분을 가진 택지는 공공택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헌승 의원은 민관 합동으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 조성한 토지는 공공택지로 간주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도시개발법에서는 SPC가 조성한 토지를 민간택지로 분류해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안 된다. 대장동 개발사업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시행사인 화천대유자산관리가 막대한 분양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홍 부총리와 노 장관의 최근 발언에 비춰 볼 때 개발이익 환수제도 개선은 기정사실이다. 다만 정부는 아직 수사기관의 대장동 특혜 의혹 수사가 진행 중이라 조심스러운 입장이고, 시장에서 발생할 부작용도 복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민간의 이윤을 특정 비율로 고정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업 구조에 따라 위험 부담과 출자비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책임 등이 모두 다른데 상한율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게 비합리적이라는 얘기다. 한 시행사 대표는 "개발사업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리스크가 너무 크고, 실패에 따른 책임까지 떠안아야 하는데 수익 상한선을 두는 것은 지나치다"면서 "같은 논리라면 휴대폰 등 다른 제품이나 사업들도 원가를 공개하고 이익의 상한선을 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도시개발법이 민간의 참여로 원활한 택지 공급을 위해 만든 법인 만큼 이익을 과도하게 제한하면 안 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노 장관도 "민간의 참여와 자율성을 촉진한다는 도시개발법의 취지는 유지하되, 개발이익 환수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서울시를 제외한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낮아 민간이 함께 하지 않고서는 스스로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이윤율을 제한하면 개발이 위축돼 주택 공급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민간이익을 환수하겠다는 정부의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조금 더 시간을 두더라도 업계 입장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