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은행원은 왜 은행 강도로 돌변했을까 [몰아보기 연구소]

입력
2021.11.0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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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미 오드 더 데드: 도둑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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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전설적인 금고 제조 장인이 있었다. 이름은 한스 바그너. 그는 어느 날 아들과 아내가 사고로 숨지자 칩거에 들어갔다. 심혈을 기울여 생애 마지막 금고 5개를 완성했다. 4개는 리하르트 바그너의 악극 ‘니벨룽의 반지’를 소재로 만들어졌다. 그는 나머지 금고에 들어간 후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바그너 금고’는 유럽과 미국에 흩어져 사용된다. 어려서부터 금고에 빠져 산 세바스티안(마티아스 슈바이크회페르)에게 ‘바그너 금고’와의 조우는 평생 꿈이다. 한 번쯤 열어보고 싶은 열망이 강하나 금고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다.

①무료한 일상을 깬 제안

세바스티안의 삶은 무료하다. 독일 베를린 외곽 포츠담에서 홀로 산다. 매일 똑같은 샌드위치 도시락을 싸서 은행으로 출근하고, 퇴근하면 집에 처박혀 있다. 반복되는 외톨이 삶 속에서 금고가 유일한 삶의 출구이자 친구다. 그는 시간 나는 대로 금고 여는 연습을 되풀이한다.

어느 날 세상에 혼돈이 찾아온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좀비가 창궐해 세상은 내일을 알 수가 없다. 세바스티안은 갑작스레 금고 열기 대회에 초청을 받고 우승을 차지한다. 다음 날 그웬돌린(내털리 이매누엘)이라는 젊은 여성이 그를 찾아온다. ‘바그너 금고’ 3개가 프랑스 파리와 체코 프라하, 스위스 생모리츠 은행에 분산돼 있다며 은행을 함께 털자고 깜짝 제안을 한다.

②좀비 창궐한 세상을 뒤집다

소심한 세바스티안은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선택은 빠르다. 돈보다는 꿈의 금고를 열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 마음이 더 끌린다. 무엇보다 좀비가 등장한 세상, 언제 망할지 모른다. 꿈을 이룰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다.

그웬돌린 일행은 특기를 제각기 지녔다. 그웬돌린은 소매치기 솜씨가 귀신 같고, 코리나(루비 피)는 해킹의 명수다. 브래드(스튜어트 마틴)는 완력이 일품이며 롤프(구즈 칸)는 빼어난 운전 솜씨를 자랑한다. 세바스티안은 이들의 도움으로 은행에 잠입해 금고를 열기만 하면 된다.

③협력, 배신, 그리고 추격

첫 번째 은행털이는 완벽하게 성공한다. 손발이 절묘하게 맞아서다. 세바스티안은 대담하면서 영리하며 아름다운 그웬돌린에 빠져든다. 그웬돌린의 연인 브래드는 세바스티안을 경계한다. 세바스티안은 첫 번째 작전으로 자신감을 얻었으나 경찰 당국의 경계를 부른다. 두 번째 은행털이, 세 번째 은행털이에는 경찰의 맹렬한 추격이 뒤따른다. 문제는 또 있다. 그웬돌린 일행 내부에서 갈등이 꿈틀거린다. 세바스티안과 그웬돌린은 네 번째 ‘바그너 금고’가 있는 라스베이거스까지 동행을 약속하나 넘어야 할 장벽은 높고 두터워진다.

※몰아보기 지수: ★★★(★ 5개 만점, ☆은 반개)
전형적인 ‘하이스트 무비’(Heist Movieㆍ강도 영화)다. 여럿이 협력해 범죄를 모의하고 각자의 특기를 조합해 은행을 터는 과정을 장르 규칙에 맞춰 보여준다. ‘금고 덕후’인 소심한 은행원이 소원을 이루기 위해 은행털이에 나선다는 설정이 흥미를 자극한다. 5월 공개된 넷플릭스 좀비 영화 ‘아미 오브 더 데드’의 프리퀄에 해당한다. 세바스티안은 ‘아미 오브 더 데드’에서 좀비들이 우글거리는 라스베이거스 한 카지노의 금고를 여는 인물로 등장한다. 인물의 고뇌를 담아내려 하거나 좀비가 등장한 염세주의적 세계를 표현하려 하지 않고, 장르적 쾌감 전달에 집중한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