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피보다 진하다… 미디어 재벌가의 피 튀기는 암투 [몰아보기 연구소]

입력
2021.11.06 10:00
12면
드라마 ‘석세션’ 시즌1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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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물보다 진하다. 하지만 돈은 피보다 더 진하다.” 미국 드라마 ‘석세션’을 관통하는 대사다. 핏줄은 가족이라는 집단을 꽁꽁 묶는 동아줄이지만, 돈 앞에서는 무력하다. 미디어 재벌 웨이스타-로이코 가족의 일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핏줄끼리 공감하고 연대하다가도 질시하다 다투고 끝내 금력을 두고선 냉혹해진다. 드라마는 유별난 한 가족의 사연을 소슬한 냉소로 풀어낸다.

①콩가루 미디어 재벌가

로이 가족은 미디어 재벌이다. 방송과 출판 사업을 기반으로 테마 파크와 유람선 분야에도 진출해 있다. 설립자이자 회장은 로건(브라이언 콕스)이다. 그에게는 3남1녀가 있다. 장남 코너(앨런 럭)는 사업에 관심이 없다. 뉴멕시코 목장에서 홀로 화려하게 살고 있다. 이도저도 아닌 자아도취 망상가다. 차남 켄달(제레미 스트롱)은 야심만만한 회사 2인자다. 기업을 이어받을 1순위 후보이나 빨리 경영하고 싶어 안달이다. 삼남 로먼(키어런 컬킨)은 아무 때나 성적 농담을 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면서도 야심이 있다. 딸 쇼반(새러 스누크)은 후계자가 될 수 없다고 일찌감치 판단하고 정치 쪽에서 일한다. 집안 남자들에게 주눅들지 않고, 권모술수에 능하다.

가족은 콩가루다. 자녀들은 독재자처럼 모든 일을 처리하는 로건을 싫어하고 무서워한다. 레바논계 새엄마 마샤(히암 아바스)와도 사이가 좋지 않다. 아버지 눈을 가려 회사 지분을 챙기려 한다고 의심한다. 가족은 화려한 옷을 입고 성찬이 차려진 식탁에 모여 앉아 육두문자를 주고받곤 한다.


②돈 앞에선 모두가 동지이자 적

가족은 돈 앞에서 손을 잡고 때로는 등을 돌린다. 로건은 사업을 물려주고 싶으면서도 여전히 경영권을 쥐고 싶다. 켄달이 못 미더우면서도 권력욕이 남아 있어서다. 켄달은 빨리 권력을 쥐고 싶다. 능력을 발휘해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기도 하다. 그의 욕망은 ‘쿠데타’ 시도로 이어진다. 로건은 순순히 물러나기는커녕 매번 반란을 진압하려 한다.

경영권을 노리는 이들은 가족 밖에도 있다. 사모펀드에서 일하는 켄달의 친구 스튜위(애리언 모아에드)는 때로는 켄달 편에 서면서도 가끔은 로건 편을 들며 기회를 엿본다. 쇼반의 남자친구 톰(매슈 맥퍼디엔)은 로건의 사위가 되기 위해 여러 수모를 감수한다. 발톱을 드러내지 않는 야심가다. 회사 중역들 역시 무시 못 한다. 권력을 쥐기 위해 합종연횡한다.

③최후의 승자는 누구인가

드라마는 회사 경영권을 둘러싼 암투만을 그리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묘사한다. 오직 돈만 좇는 냉혈한은 없다. 로건이 병원에 입원하자 자녀들은 계산기 두드리기 바쁘면서도 아버지의 건강을 염려한다. 하나 하나 결점을 지녔고 나약한 면이 있다. 특히 아버지를 극복하지 못한다는 콤플렉스에 시달린다. 모든 인물은 인생이란 결투장에 내던져진 처연한 결투사처럼 보인다. 욕망을 에너지로 하루하루를 살고 욕망에 휘둘려 고통스러워한다.

※몰아보기 지수: ★★★★(★ 5개 만점, ☆ 반개)
재벌가 들여다 보기는 언제나 재미있다. 욕망에 젖은 인물군상이 펼치는 이전투구는 인간의 비루한 본능을 드러내고는 한다. ‘석세션’은 섬세하게 인물들의 심리를 전하며 암투를 전개한다. 인물 사이의 대립과 역학관계를 서술하는 것만으로도 긴장을 빚어낸다. 호평이 쏟아져 시즌3까지 나왔다. 영화 ‘빅쇼트’(2015)와 ‘바이스’(2018) 등으로 유명한 애덤 맥케이 감독이 총괄프로듀서를 맡았다. 그는 1화를 연출하기도 했다. 맥케이 감독은 영화 ‘기생충’(2019)의 미국 드라마화 작업에서도 총괄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