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일(현지시간)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5~11세 어린이 접종 권고안을 승인했다. 미국에선 3일부터 어린이 대상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접종이 세계 최초로 시작됐다.
미 AP통신, CNN 등에 따르면 CDC 예방접종자문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의 미국 5~11세 어린이 접종안을 승인했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자문위 권고대로 접종안을 승인했다.
월렌스키 국장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오늘은 (코로나19) 대유행 과정에서 기념비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CDC는 자문위 권고 후에는 “우리는 이제 백신 (접종) 권고를 미국 내 약 2,800만명의 이 연령대 집단으로 확대하고 의사들이 가능한 한 빨리 이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도록 허용한다”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코로나19 백신 관련 회의를 열어 화이자 백신의 5~11세 접종 긴급사용 승인 권고안을 통과시켰다. FDA 자문기구 자문위원들은 찬성 17명, 기권 1명의 압도적 표차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의 이득이 잠재적 위험보다 크다’는 안건을 승인했다. 화이자는 임상실험에서 이 백신이 어린이의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는 데 90%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고 CNN은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CDC 승인 후 “이 결정은 부모들이 수개월간 자녀를 걱정해온 것을 끝내게 하고 어린이들이 바이러스를 다른 사람에게 퍼뜨리는 정도를 누그러뜨릴 것”이라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5~11세 어린이 대상 백신은 12세 이상 백신 투여 양의 3분의 1을 3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하는 방식이다. 이번 접종 대상은 약 2,80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화이자 백신은 미국에서 12세 이상은 긴급사용 승인, 16세 이상은 완전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5~11세 어린이 대상 접종도 긴급사용 승인을 받게 됐다. 화이자 백신은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긴급사용 승인 후 첫 접종이 시작됐다.
그러나 부모들 사이에서 안전성에 대한 불신과 부작용 우려가 커 접종률이 빠르게 올라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28일 카이저가족재단 설문조사에서는 5~11세 자녀를 둔 부모들 중 27%만이 즉시 백신을 맞히겠다고 답했다. 경과를 지켜본 뒤에 맞히겠다는 답변은 33%, 절대 백신을 맞히지 않겠다는 답도 30%에 달했다.
우려를 인식한 듯 CDC 자문위원들은 표결에 앞서 이례적으로 긴 시간을 할애해 어린이 백신 접종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뜻을 표했다. 드렉셀 의학대학원 소아과 세라 롱 교수는 “우리는 어린이 생명을 구할 백신을 또 하나 갖게 됐다”며 “내 손자들도 9명 중 8명이 다음주에 백신을 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렌스키 국장도 “백신에 의문을 가진 부모들에게는 소아과 의사, 보건 교사, 동네 약사 등과 상담할 것을 (나 역시) 엄마로서 권한다”고 말했다.
일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에서 코로나19에 걸린 5~11세 어린이는 200만 명으로, 그 중 8,300명이 입원했고, 3분의 1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았다. 사망자는 최소 170명이다. 코로나19로 부모나 보호자를 잃은 어린이도 12만 명이 넘는다. 월렌스키 국장은 “어린이는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증상이 악화하거나 사망할 위험이 성인보다 낮지만, 학습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사회적·정신적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접종을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