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세대 한국학 연구자인 개리 레드야드 미 컬럼비아대 석좌명예교수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9세.
고인은 군에 입대해 한국어를 배웠고, 한국전쟁 정전 이듬해인 1954년 11월 한국에 파견돼 약 9개월 동안 주한미군으로 복무했다.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중국어를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66년부터 뉴욕에 있는 컬럼비아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2000년 은퇴한 뒤에도 활발히 연구와 출판 활동을 했다. '1446년 한국어 개혁', '한국 고지도의 역사' 등 여러 저서와 논문을 남겼다.
고인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한국사에 두루 관심을 보였으나 특히 세종 연구로 널리 알려졌다. 훈민정음 해례본을 연구해, 한글 창제가 한국 사회를 영속적으로 변화시켰다는 점에서 '개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생전 한 인터뷰에서 "관료와 엘리트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일반 백성들로 하여금 문자를 해독하게 하려는 세종대왕의 희망을 계급적 위협으로 느꼈을 것"이라며 "이들이 수백 년 동안 언어 개혁이 완전히 구현되지 못하도록 저지한 이유"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