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비정규직 280만 명, 역대 최고치... 코로나 직격탄 맞은 청년들

입력
2021.11.03 09:00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몰리는 청년들
"엉뚱한 교육·기업 중심 정책 때문
사회안전망 등 체계적으로 개편해야"

'과도한 경쟁, 취업 실패, 비정규직과 임시직, 미래에 대한 불안감, 경력단절'.

청년 40여 명이 '일과 삶'이라는 주제에 대해 내놓은 키워드다. 한결같이 불길하다.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시기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라이더(배달 기사) 등 플랫폼 노동과 비정규직이란 불안한 일자리로 내몰렸고, 어렵게 얻은 일터에서도 차별과 부당한 대우에 노출됐다.

여성가족부는 2일 개막한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에서 이들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대응방안 마련을 두고 토론을 벌였다.

"한국, 교육은 많이 받고 취업은 못해"

이날 포럼에서 로미나 보아리니 경제협력개발기구 와이즈(OECD WISE)센터 디렉터는 고용시장과 따로 노는, '교육의 불균형'을 꼬집었다. 그는 "한국은 OECD 중 고등교육을 받은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데, 졸업생 취업률은 상대적으로 낮다"며 "교육을 통해 얻는 실력과 일에 필요한 역량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통계청 조사에서도 8월 기준 대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는 284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32만 명(12.7%) 늘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기업들이 원하는 역량을 기르지 못한 채 취업에 도전하는데 대기업만 선호해 실질적 고용으로 이어지기 어렵고, 중소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는 혁신이나 미래와 거리가 멀어 외면받는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비정규직과 저임금 직종 여성 비중이 높아 성별 임금격차가 32.5%(OECD 평균 15%)로 크고, 남성의 저조한 육아휴직 활용률, 공직에서의 부족한 여성 참여 등 낮은 성평등 수준도 고용의 질을 깎아내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양한 사회적 투자를 통해 교육과 일자리 매칭, 성별 고정관념 타파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수만 늘리는 양적 정책으론 한계"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직업도, 일할 의지도 없는 이른바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 급증에 주목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청년 니트족은 2020년 46만9,000명으로 2004년 27만2,000명에서 2배 가까이 늘었다. 또 플랫폼 노동 종사자 가운데 청년의 비중은 56.8%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일할 의지도 꺾였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받지도 못한다.

김 위원은 기업 중심의 일자리 개수 늘리기 정책을 원인으로 꼽았다. 청년 채용 기업에 특정 기간 현금을 주는 고용장려금 방식보다는 사회안전망 개념을 넓혀 역량 및 기술, 사회에 대한 신뢰 등을 포괄적으로 키워주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국제노동기구(ILO)가 권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김 위원은 "기업이 아니라 청년 당사자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좋은 일자리, 일 경험의 가치, 사회와 소통의 중요성 등을 강조하는 촘촘한 정책을 펼쳐야 지속 가능한 양질의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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