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2023년 시행되는 주식 과세와 시기를 맞추겠다는 것이지만, 내년 대선에 앞서 가상자산의 주요 투자층인 2030세대의 표심을 염두에 두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 여부에 대해 "당에서 (유예를) 검토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조만간 당정 또는 상임위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추진 방향을 밝히고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양도차익으로 번 소득을 복권 당첨금과 유사한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250만 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20% 세율을 매긴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르면 가상자산 세금 납부시기는 2023년 5월이다. 박 의장은 이와 관련해 "가상자산에 대한 보호와 안전장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세금부터 걷는다는 말이 이슈화됐다"고 말했다.
당내 여론도 과세 유예에 힘을 싣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준비도 되지 않은 성급한 과세 추진은 납세자의 조세저항만 불러일으킬 뿐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도 지난 5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과세를)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시작하는 2023년과 시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후보의 측근으로 꼽힌다.
내년 대선도 과세 유예를 추진하는 배경 중 하나다. 정무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선거 전에 가상자산 과세를 꼭 해야 하느냐는 판단이 있었다"며 "부동산도 막혔는데 가상자산도 막으면 2030세대 입장에선 당연히 화가 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과세 계획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당정 대립이 불가피해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내년 가상자산 과세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며서 변화된 게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다. 이에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조만간 정부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세청이 지난 25일부터 이틀 동안 가상자산 사업자를 불러 컨설팅을 진행했고, 과세 시스템도 계획대로 구축하고 있다"며 "예정대로 내년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