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성 지각 출두... 정치일정 관계없이 엄정 수사해야

입력
2021.11.03 04:30
27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검사를 불러 장시간 조사했다. 소환에 불응하는 손 검사를 상대로 체포ㆍ구속영장을 한 차례씩 청구했다가 기각당한 뒤 출석 일정을 조율하느라 피의자 입건 이후 직접 조사에만 거의 두 달이 걸렸다. 수사 일정이 지체된 만큼 공수처는 최대한 수사력을 집중시켜 검찰의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한 실체적 진실을 신속ㆍ엄정하게 밝혀야 한다.

공수처는 그동안 보강 수사를 통해 사건의 대강은 물론 범죄의 골격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폭파했다’고 밝힌 텔레그램 대화방을 디지털 포렌식 기법으로 복원해 손 검사가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고발장과 판결문 사진을 보낸 사실도 파악했다고 한다. 하지만 손 검사가 부하검사에게 고발장 작성을 직접 지시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해 앞서 손 검사 구속영장에 ‘성명불상의 A 검사’라는 식으로 적을 수밖에 없었다. 고발장 작성과 전달 경위를 대체로 파악하고도 연결고리를 특정하지 못한 채 수사가 겉도는 형국인 셈이다.

공수처가 피의자 신병을 확보하는 데 미숙했지만 수사가 지체된 것은 손 검사를 비롯한 핵심 피의자들의 비협조 탓이 크다. 공수처는 지난달 초부터 출석을 요청했으나 손 검사는 차일피일 미룬 채 “고발장 파일은 반송된 것이지 전달된 것은 아니다”라며 애매모호한 화법으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김 의원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을 하루 앞둔 4일 출석한다는 것도 공수처에 정치적 부담을 주기 위한 계산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핵심 피의자들의 비협조로 수사가 지체된 만큼 공수처 입장에서는 더 이상 정치 일정을 염두에 둘 이유가 없다. 도리어 엄정한 수사를 통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출되고 나면 수사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연루된 사실을 확인한다면 야권 대선 후보라도 직접 조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