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반 28명 중 "백신 맞겠다" 5명꼴... 고교생 사망 신고에 학교 뒤숭숭

입력
2021.11.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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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나 종례 시간에 백신 예약을 안내하면 권장처럼 비춰질까 봐 가정통신문으로 대신할 만큼 조심스러운 분위기예요. 문의는 많은데 잘 판단하시라는 원론적인 말만 반복하는 것도 부담스럽네요."

2일 서울 광진구 중3 교사 김모씨의 토로다. 김씨의 반은 처음엔 순조로웠다. 1학기 때 반에서 확진자 1명이 나오면서 지필고사를 치르지 못했다. 그 때문인지 미성년자 접종 예약이 시작되자 반 아이들 30명 중 10명이나 접종 예약을 했다고 알려왔다. 이 또한 접종에 대한 권유처럼 비칠까 봐 비밀로 해뒀다. 그러다 10대 접종자 사망 신고가 나오면서 학부모들의 상담전화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김씨는 그저 잘 상의해서 판단하시라는 말만 반복할 수밖에 없다.

12~15세 소아청소년 백신접종이 시작됐지만, 10대 백신 접종 사망 신고 여파로 학교 현장이 혼란을 빚고 있다. 10대 사망 신고로 백신 안전성 우려가 큰데, ‘자율접종’이란 이유로 누구도 뾰족한 안내를 하지 않는 탓이다. 학교마다 백신 예약 취소 문의가 빗발치는가 하면, 학부모끼리 모여 ‘셀프 설문조사’도 진행한다.


정보 없는 학부모들... ‘셀프 설문조사’

서울 중구에서 고3, 중2 자녀를 키우는 주부 최모씨는 요즘 둘째 반 학부모가 전부 가입한 온라인 단체 대화방을 열심히 들여다본다. 대화 주제는 단연 접종 예약. 가정통신문 하나 날아온 것 외엔 학교 안내가 없다. 그래서 단체 대화방에서 아예 자기 자녀에게 백신 접종을 시킬지 무기명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한 반 28명 중 백신을 예약하겠다는 학부모는 5명에 그쳤다. 거기다 지난 주말 10대 사망 신고가 알려지자 이 5명도 ‘취소해야 하냐’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최씨는 “첫째 반 아이들이 전부 접종해 둘째 반 애들도 절반은 맞을 줄 알았는데 결과에 다들 놀랐다”며 “그때와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각종 온라인 학부모 커뮤니티 역시 청소년 접종 부작용을 우려하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영등포에서 고2, 중2 자녀를 키우는 이모씨는 “주변 학부모들과 얘기를 많이 하는데, 내 주변엔 맞히겠다는 중학생 학부모가 거의 없다”면서 “10대 접종 사망 신고에 많이 움찔한 데다, 아이들은 코로나19에 걸려도 중증으로 갈 확률이 낮다고 하니 빨리 접종하는 것보다는 우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10대 사망 신고 후 12~15세 백신 예약률 소폭↓

실제 10대 사망 신고가 알려진 후 백신 접종 예약률은 더뎌졌다. 예약 첫날인 지난 달 18일부터 24일까지 일주일간 누적 예약률은 21.4%였지만, 이후 점차 하락해 하루 평균 1%P가량 증가하다 사망 신고가 보도된 직후(30일 0시 기준 26.4%) 사흘간 0.2~0.6%P씩 늘어 27.8%를 기록했다. 교육당국은 16~18세 접종 예약 때의 경험을 토대로 “소아·청소년 접종 예약률도 시간이 지나면 올라갔다”고 했으나 어긋난 셈이다.

교육당국은 ‘백신 접종 여부는 학생‧학부모 판단에 맡긴다’면서도 접종 이득이 많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름방학 기간 미리 접종한 고3과 다른 학년 확진자 규모가 눈에 띄게 차이 난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달 17일부터 31일까지 2주간 고3 확진자 수는 75명으로 고1 488명, 고2 444명은 물론, 233명에서 409명에 이르는 초·중학교 학년별 확진자 수보다도 훨씬 적다.

학부모들은 10대 접종 후 사망 인과관계가 하루빨리 발표되고, 접종 부작용 시 학교 대처도 세부적으로 안내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울 중학교 임모 교사는 “학부모 간담회에서 접종 후 후유증 발생 시 출석처리 여부를 알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후유증 발생시 병결 처리하지만 공문에는 없어 다음 주 다시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