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의 한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A(29)씨는 목돈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3,000만 원 안팎 연봉을 받고 있지만 월세와 생활비, 보험료, 돌발 지출 비용 등을 감안하면 매달 저축 가능한 돈은 100만 원이 안 된다. 반면 경기 성남의 IT회사 직원인 A씨의 언니는 자신보다 1.5배 가까운 연봉을 받고 있다.
A씨는 "월급만으로는 저축하기가 어려워 주식 등 다른 투자 수단을 알아보고 있다"며 "수도권 물가가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돈 벌기 위해선 서울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와닿는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가구들의 자산 증식 속도에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부동산 가격 상승폭이 다르고 일자리 쏠림으로 인한 수도권 집중화 현상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일 서울연구원이 2012~2020년 통계청 가계금융복지데이터를 이용해 세대 간 자산 격차를 분석한 '데이터 인사이트 리포트 제5호'에 따르면, 자산 최저점에서 최고점에 도달하기까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가구의 격차가 컸다. 수도권 가구의 경우 2012년 평균 4,137만 원에서 2020년 5억9,382억 원으로 15배 정도가, 비수도권 가구는 같은 기간 3,691만 원에서 3억8,733만 원으로 10배 정도 상승했다. 수도권이 비수도권보다 1.5배 정도 빠르게 자산을 축적한 셈이다.
연구원은 집값 상승과 지역별 경제 규모, 수도권 지역에 집중된 일자리 등이 차이를 만드는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박해경 빅데이터분석팀 초빙부연구위원은 "사람들은 자신이 거주하고 있거나 주변의 가까운 땅이나 부동산을 매수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지역에 따른 집값 차이나 수도권에 집중된 일자리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X세대(1975~1984년생)와 Y세대(1985~1996년생)의 경우 순자산액이 부채와 함께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자산 증식을 위해 부채를 끌어다 투자하는 '레버리지'를 활용해 자산을 늘렸기 때문이다. 특히 X세대 자산은 2012년 1억9,324만 원에서 2020년 4억571만 원으로 증가했지만, 부채도 3,585만 원에서 1억581만 원으로 가장 많이 증가했다.
이번 리포트는 나이를 기준으로 가구주를 산업화세대, 1차 베이비부머, 2차 베이비부머, X세대, Y세대 등 5개로 나눠 생애주기에 따라 자산 축적 변화와 물가상승률, 부채, 금융자산 투자방법, 소비패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작성됐다.
유기영 서울연구원장 직무대행은 "젊은 세대에게는 제대로 된 자산운용 교육프로그램 제공이 필요하고, 노후 설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산업화세대와 1차 베이비부머 세대에 대해선 인생 이모작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